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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읽기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 - 데이빗 핀처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데이빗 핀처 감독의 영화입니다.

 

영화를 보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피츠제럴드의 소설이 원작일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는데, 나중에 후기를 쓰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그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피츠제럴드는 일본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노르웨이의 숲"에서 주인공 와타나베가

최고의 소설로 꼽는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를 남긴 작가입니다.


이 소설은 소재 자체 부터가 워낙 독특하고 화제를 불러 일으킬 만한 내용이었기 때문에 이 영화가 만들어 지기 훨씬 이전부터 많은 감독들이 탐을 내었다고 합니다. 그 중에서도 스티븐 스필버그는 무려 10년 동안이나 공을 들였다는군요.

 

영화는 1차세계대전이 끝나는 날, 한 남자가 숨가쁘게 뛰어가는 장면에서 시작합니다.

 

그 남자의 성은 버튼. 그의 아내가 출산 중이라는 말을 듣고 집으로 달려가는 중이었습니다. 그러나 도착한 그를 맞은 것은 죽은 아내와 늙은 영감의 모습으로 태어난 갓난 아들. 절망한 남자는 잘 키우겠다는 아내와의 약속을 저버리고 아이를 양로원 계단 앞에 버립니다.


<불임으로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양어머니 퀴리>

 

벤자민 버튼의 기묘한 일생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태어날때 부터 난청에 백내장, 관절염까지 안고 태어난 아기 벤자민. 의사들은 그가 곧 죽게 될 것이라고 예언하지만, 그는 죽지 않았고,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건강을 회복하게 됩니다.


<겉은 칠십대의 노인, 그러나 일곱살의 벤자민>


그리고 일곱살이 되던 해, 그는 양로원으로 할머니를 만나러 온 아름다운 소녀 "데이지"와

운명의 만남을 갖게 됩니다.


<처음으로 벤자민의 친구가 되어 준 데이지>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벤자민의 몸은 자연의 흐름을 거슬러 젊어져 갑니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벤자민은 그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자신은 다른 사람들과 달리 인생을 거꾸로 사는 운명을 태어났다는 것을.


17세가 된 벤자민은 정든 양로원을 떠나기로 합니다. 자신의 두번째 친구가 되어 준 예인선의 선장을 따라 바다로 나가기로 한 것입니다.


<온몸에 문신을 새긴 예인선 선장>


< 17세가 되어 부쩍 젊어진 벤자민 - 브래드 피트>

 

<데이지와의 편지는 계속 됩니다.>

 

항해를 하다 러시아에 도착한 벤자민 일행은 겨울을 나기 위해 그곳에 머물고, 그곳에서 벤자민은 그의 인생에 있어 첫사랑인 러시아 주재 영국 외교관의 부인과 밀회를 갖게 됩니다.


그러나 그들의 사랑은 오래 가지 못하고, 어느 날 그녀는 "즐거웠어요"라는 쪽지 한 장을

남긴 채 영원히 사라집니다.

 

<매일 밤 호텔 로비에서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

 

2차대전이 발발하여 동료들과 함께 해군 소속으로 징집된 벤자민은 어느 날, 사고 수습을 위해 항해를 하던 중 적 잠수함을 만나게 되고, 이 교전에서 선장을 비롯한 동료 대부분이 목숨을 잃게 됩니다.

 

이윽고 집이나 마찬가지인 양로원으로 돌아온 벤자민. 그리고 그곳에서 그는 너무나 오랫동안 그리워했던 데이지와 재회를 하게 됩니다.

 

<성숙한 여인의 모습으로 나타난 데이지- 케이트 블랑쉐>

 

그러나 촉망받는 뉴욕의 젊은 발레리나 데이지는 아직 오십대의 모습을 한 벤자민이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은 그녀에게는 춤과 술, 음악, 마리화나, 그리고 자유가 더 끌렸겠지요.

 

결국 데이지는 벤자민을 뒤로 하고 떠납니다.

 

<벤자민에게 섹스를 제안하다가 거절당하는 데이지>

 

이후 자신을 버렸던 아버지를 만나 과거를 잊고 아버지의 존재를 받아 들이는 벤자민.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벤자민은 데이지를 찾아가지만 너무나 변한 그녀의 모습에

실망하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이제 완연한 청년의 모습을 한 벤자민>

 

어느 날, 벤자민은 어딘가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고 단숨에 파리로 날아갑니다.


그 전화는 세계적인 발레리나가 되어 유럽 순회 공연 중이던 데이지가 차에 치어 다리에

심각한 부상을 당했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데이지는 찾아 온 벤자민을 거부합니다. 초라해진 자신의 모습을 보이기 싫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5년의 세월이 지납니다.

 

요트와 오토바이를 타고, 다른 여자와 간혹 데이트도 즐기면서 평온한 삶을 살고 있는 벤자민 버튼. 그의 앞에 이젠 살짝 중년이 된 데이지가 나타납니다.

 

40년간 그들을 어긋나게 만들었던 시간이 이제서야 단 한번 교차점을 찾은 것입니다.

 

그들의 사랑은 처음부터 운명지어져 있었던 것처럼 불꽃처럼 타오릅니다. 서로 이외에는 아무 것도 필요하지 않는 그런 사랑입니다.


<그들이 같은 나이로 살 수 있도록 허락된 시간은 짧고..>

 

그리고 다시 시간이 흐르고, 그들의 시간이 다시 어긋나기 시작합니다.

 

데이지의 얼굴에 주름이 늘어가고, 벤자민은 점점 더 어린 모습으로 변해 갑니다. 데이지는 마침내 울음을 터뜨리고 맙니다...

 

데이빗 핀처 감독은 2시간 46분의 긴 러닝타임 동안 단 한 번의 긴장도 부여하지 않습니다.

 

그냥 시간이 지나가듯 숨을 쉬듯 강물처럼 영화는 흘러 갑니다.

 

그러나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마지막으로 향해 갈 수록 우리는 벤자민 버튼의 기묘한 삶(Curious Case)이 결국에는 우리들의 삶임을 직감적으로 알아 차리게 됩니다.

 

다른 모습, 다른 목적을 가지고 살아도, 심지어는 벤자민 버튼처럼 시간을 거꾸로

돌려 살아도 인생은 흘러 간다는 것입니다.

 

미드나잇 평점 : GO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