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읽기

렛미인 (Let the right one in, 2008) - Tomas Alfredson


새해(2009년) 첫 날 영화를 하나 봤습니다.

 

누군가 후기를 써 놓은 걸 보고 언제 꼭 한번 봐야지 싶었는데, 마침 새해 첫날 할 일도 없고 해서 집에 누워 인터넷으로 봤습니다.

 

우리 나라에 소개된 제목은 <렛미인>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렛미인이라는 제목이 원제목: Let the right one in 보다 훨씬 좋습니다. 스웨덴 영화구요.

 

스토리는 굉장히 단순합니다.

 

어느 유럽 시골마을에 오스칼이라는 12살짜리 남자애가 이혼한 어머니와 살고 있습니다. 오스칼은 여자 같은 곱상한 외모에 또래들한테 돼지라고 놀림 받는 왕따 학생이었죠. 오스칼의 취미는 범죄 기사를 모으고, 나이프로 가상의 적들을 찌르는 상상을 하는 것입니다.

 

영화는 오스칼의 이웃집에 이엘리라는 여자애가 이사 오는 때 부터 시작됩니다.

이엘리 라는 여자애가 이사온 후부터 조용하던 시골마을에 연이은 살인 사건이 발생합니다. 시체들은 하나같이 피를 뺏긴 모습으로 발견되고... 

나중에 보실 분들한테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줄거리는 생략하고 간단한 느낌만 남깁니다.


대충 감잡으셨겠지만 이 영화는 12살 뱀파이어와 인간 소년의 사랑(?)에 관한 것입니다

사랑이라는 표현에 의문을 두는 것은 과연 이들의 감정이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사랑이라는 감정의 정의에 부합하는가에 관한 의문 때문입니다.

분명 이엘리라는 뱀파이어가 오스칼을 사랑한다는 신호는 영화 여기저기에 나타납니다. 먹으면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 사탕을 먹고 구토를 하는 장면이나, 허락없이 인간의 방에 들어가면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 오스칼의 방에 들어가다 온몸에서 피를 흘리는 장면, 그리고 사람을 죽이고 피를 먹은 후 오스칼의 방에 들어 와 알몸으로 오스칼 옆에 눕는 장면 등...


<허락 없이 남의 방에 들어 간 뱀파이어는 댓가를 치뤄야 합니다. 그것이 끊임 없이 "Let me in" 이라고 부탁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는 내내 느껴지는 이엘리의 감정선은 너무나도 건조하여 삭막하게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영원을 사는 존재인 뱀파이어에게 백년도 채 못 사는 인간과의 사랑은 우리가 느끼는 화려한 감정과 욕정의 불꽃이 아닌 그냥 스쳐지나가는 이벤트에 지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이엘리의 비밀을 지키기위해 얼굴에 염산을 뒤집어쓰고, 나중에는 그녀에게 자신의 피를 내어 주고 죽고 마는 호칸의 모습이 더욱 안타까운 것일지도...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이렇듯 언제까지나 하나의 유리를 사이에 둔 채 마주할 수 밖에 없는 영원히 닿을 수 없는 마주침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