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비례 위성 정당?

한국당의 비례 정당인 "미래한국당"의 창당에 대응하기 위해 민주당에서도 비례 위성 정당이 설립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해당 발언을 한 사람은 여론조사 관련 전문가이자 정치컨설턴트로 활동 중인 박시영 대표입니다.

박시영 대표는 KBS1 TV '사사건건' 프로그램에 출연해 미래한국당 추진에 관련된 패널 토론 중 "미래한국당이 신설된다면 민주당 지지자들 중심으로 '민주당 비례정당' 이 창당될 수 있음" 을 시사했습니다.

KBS, 사사건건 방송장면 캡처

사실 이 내용은 준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위한 패스트트랙 표결 당시부터 숱한 말들이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관련해서 패스트트랙 표결 전 민주당이 내부 검토한 것으로 보이는 문건이 공개되는 사건이 있어 당시 정국의 변수로 떠오르기도 하였습니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해서는 민주당에서 강력하게 부인하였고, 그 결과 패스트트랙은 4+1 협의체의 연대를 통해 통과되었습니다.

위의 내용은 필자가 예전에 올렸던 글을 참조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관련 글 같이 보기:

2019/12/26 - [뉴스 따라잡기] - 선거법 표결 결과 전망, 비례 민주당 뇌관으로 부결?

선거법 표결 결과 전망, 비례 민주당 뇌관으로 부결?

아무튼 당시 민주당은 반발하는 4+1 협의체의 다른 정당들에게 비례 민주당에 대한 검토는 전혀 하지 않고 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명확하게 공언하였습니다.

하지만 비례자유한국당이 이름을 바꿔 미래한국당으로 창당 준비에 들어가면서 이런 민주당의 자세가 미묘하게 바뀌는 분위기입니다.

위의 박시영 대표의 발언이 있기 이틀 전,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가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하여 미래한국당 창당에 대한 우려를 직접적으로 표명하였습니다.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

이인영 대표는 당시 방송에서 "한국당의 지금 방식은 꼼수이긴 하지만 분명 효과가 있을 것이다. 20~26석의 비례대표 의석을 더 확보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지역구 선거에서 민주당이 선전하고도 의석에서는 제1당을 내 주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고 밝혔습니다.

이인영 대표는 이어서 "만약 민주당이 총선에서 제1당을 내줘, 국회의장 자리를 한국당에 내 준다면 문재인 정부 임기 후반 국정 운영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는 우려를 표명하기도 하였습니다.

비단 이인영 원내 대표 뿐만 아니라 한국당의 비례 위성 정당 본격화에 대해 민주당 안팎으로 우려가 깊어지는 모양새입니다.

사실상 이번 패스트트랙 표결 과정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의 종횡무진한 활약(?)이 없었다면 비록 4+1 협의체가 과반을 확보하였더라도 표결 처리가 쉽지 않은 순간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제1당을 한국당에 내준다면 문재인 정부의 하반기 국정 운영에 상당한 장애가 될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민주당 지도부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봉착한 셈입니다. 위성정당을 대놓고 만들자니 패스트트랙에 참여하였던 정의당의 눈치가 보이고, 가만히 있자니 제1당 유지가 위협받게 생겼으니 말입니다.

박시영 대표의 입에서 "민주당 지지자들 중심으로" 위성 정당이 나올 수 있다는 말은 어쩌면 "그랬으면 좋겠다" 는 민주당 지도부의 바램을 표현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예전에도 말씀드렸듯이 그럴 경우, 가장 코너에 몰리는 것은 정의당 지도부의 리더십입니다.

임명 후 정의당 방문한 조국 전 장관, 더 팩트

이른 바 "조국 사태" 당시 당의 선명성을 훼손하면서까지 민주당을 지지해서 얻어 낸 선거법 개정인데, 이것이 과거로 회귀해 버리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한 것입니다.(민주노총의 돌발 행동까지 감안한다면 상황은 오히려 최악이라는 표현으로도 부족할 정도로 상황이 나빠 보입니다.)

가뜩이나 민주노총이 독자적인 원내 진출을 선언하고 나선 마당에 위성 민주당, 위성 한국당이 생겨 버린다면 정의당으로서는 존립 자체를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대안신당이나 민주평화당 같은 경우는 호남이라는 지역적 색채가 강하고 오히려 전국적 지지기반은 약하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위성정당 경쟁에서 벗어나 있지만, 정의당은 이번 선거법 개정을 통해 최초로 단독 교섭단체 구성까지 노리고 있던 상황이기 때문에 충격은 더욱 커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미래한국당이라는 카드에 맞서 어떤 행보를 보일 지 궁금해집니다.

감사합니다.

관련 글 모아 보기

2019/12/21 - [뉴스 따라잡기] - 비례한국당 창당, 한국당의 연동형 비례대표제 꼼수

비례한국당 창당, 한국당의 연동형 비례대표제 꼼수

2019/12/17 - [뉴스 따라잡기] - 민주당 정의당 석패율제 갈등 (패스트트랙 표결 예상)

민주당 정의당 석패율제 갈등 (패스트트랙 표결 예상)

2019/11/21 - [뉴스 따라잡기] -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