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재인 정부의 독자적 남북 경제협력 추진과 관련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의 경고성 멘트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여당과 일부 친여 성향 언론, 사회단체들은 해리스 대사의 이 같은 경고 발언이 내정간섭이라고 주장하며 강하게 그를 공격하고 나섰고, 심지어는 그의 콧수염과 출신(일본계 미국인)을 엮어 "조선 총독"을 연상시킨다는 비난까지 등장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최근 청와대까지 가세하여 해리스 대사의 발언이 대단히 부적절하였다며 유감을 표시했습니다.
필자는 이러한 상황을 지켜 보며, 혹시 이러한 일련의 흐름들이 해리스 대사에게 "친일 프레임"을 씌우려는 시도가 아닌가 우려하고 있습니다.
친일 프레임 작업을 비난하는 것은 아닙니다. 정치세력으로서 현재 존재하는 국민정서를 본인들의 정책 방향에 유리하게 이용하는 것에 대해 무작정 비난할 수 만은 없기 때문입니다.
당장 몇 년만 거슬러 올라가 박근혜 정권 당시만 해도 "종북 좌파, 빨갱이" 라는 프레이밍 작업은 야당에 대한 대단히 유용한 공격 수단이었습니다.
필자가 우려하는 부분은 이런 프레이밍 작업이 우리나라가 아닌 외국에서는 대단히 이상하게 - 또는 심각하게 - 인식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일본이나 중국과 달리 미국은 우리나라와 근대사적 감성을 공유하는 국가가 아닙니다. 철저한 합리성에 기반한 다민족 국가입니다.
그리고 다민족 국가에서 태생(인종, 민족 등)에 대한 언급은 굉장히 민감한 문제에 해당합니다. 자칫 국가적 결합을 해칠 수 있는 문제니 말입니다.
아무리 정치적인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고는 해도 이런 문화적 배경을 모르고 단순히 반일 프레임 분위기를 선동해 가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필자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조금 다른 측면이긴 하지만, 한국에서의 이러한 분위기와 관련하여 미국 유력언론인 CNN이 이런 것들이 해리스 대사에 대한 인종차별적 공격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성 보도를 내보냈습니다.
다음은 CNN 보도의 번역입니다.
미국 대사에 대한 가장 기이한 비난
해리 해리스 한국 대사가 콧수염 때문에 SNS와 익명의 네티즌으로부터 독설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해리스 대사가 밝히듯 얼굴의 수염 몇 가닥이 "이곳 언론들에게는 어떤 이유로 인해 무척 매력적인 것으로 보이는 것 같다."
전 태평양함대 사령관인 해리스는 "소셜미디어를 보면 거기 다 있습니다." 라고 외신기자단에게 말했다.
표면적으로는 이러한 비난들은 어처구니없어 보인다. 단지 수염 몇 가닥일 뿐이다.
하지만 해리스의 콧수염은 해리스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 더욱 큰 주제들에 대한 토론을 촉발시켰다.
일제강점기에 대해 많은 한국인들이 아직도 생생히 느끼고 있는 감정, 단일민족 사회에서 찾아볼 수 있는 만연된 인종 차별, 주한 미군의 운영비와 관련하여 트럼프 대통령이 400%의 추가 부담을 요구한 것으로 인해 조만간 발생할 수도 있는 한미 동맹의 균열 문제 등이 그것이다.
콧수염과 관련한 논란의 요지는 해리스가 일제 강점기 철권 통치를 휘두른 것으로 악명 높은 조선 총독들을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콧수염을 기른 2차대전 중 일본 지도자들의 면면을 보면 전후 사형당한 도조 히데키나 천황 히로히토 등이 있다.
일제 치하에서 많은 한국인들은 짐승이나 노예 같은 삶을 살았고 심지어 살해당하기까지 했다. 이것은 나이 든 한국인들에게는 아직도 생생한 기억이고, 여전히 남북 모두에 있어 가장 감정적인 주제로 남아있다.
최근 한국과 일본 관계에 있어 2차대전과 관련한 이슈들이 논란의 중심이 되었다. 한국인 위안부의 성격에 대한 부분이나 일본 기업이 강제 노역에 동원한 한국인 근로자들에 대해 개별적 배상을 해야하는가에 대한 날선 논쟁이 촉발되었다.
해리스 대사는 일본에서 일본인 어머니와 미 해군 장교였던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는데, 일부 네티즌들은 그의 대한 비난 글에서 그의 출생과 그의 콧수염을 연결시키고 있다.
그러나 해리스 대사는 일본인이 아니다. 그는 미국 시민이다. 그리고 그의 일본 쪽 가계를 언급하는 것은 미국에서는 거의 인종차별 범죄에 해당한다.
한국은 미국과 달리 인종 다양성이 없는 단일민족 국가이다. 심지어 CIA의 '월드팩트북'을 보면 한국의 국가별 페이지에 다른 인종 그룹은 표시조차 되지 않고, 단지 "균일민족" 국가라고 언급하고 있다. 다문화 가정이 드물고 외국인 혐오증이 놀라울 정도로 일상적이다.
그의 일생을 조국을 위해 헌신한 해리스 대사는 '코리아타임즈' 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가계가 이슈가 된 적은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행동을 비판하였을 때와 이번 콧수염과 연관한 한국에서의 경우, 단 두 번 뿐이라고 밝혔다.
"나는 아직 남아 있는 한일 간의 역사적 적대감을 이해합니다. 하지만 나는 일본계 주한 미국 대사가 아니라 그냥 주한 미국 대사입니다." 라고 그는 말했다. "단지 나의 출생 때문에 나를 그 역사에 끼워 넣는 것은 실수입니다."
해리스 대사는 자신이 일제 시대 일본 지도자들을 연상시킨다는 논쟁은 단지 자기 편의적 해석이라고 말했다. 그 예로 그는 역시 콧수염을 길렀던 두 독립운동가 안중근과 안창호를 증거로 들었다.
"내가 콧수염을 기른 것은 나의 혈통 때문도 아니고, 한국의 독립 운동 때문도 아니고, 아버지 때문도 아닙니다. 그냥 할 수 있었고, 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했습니다." 라고 그는 말했다.
보다 원활한 관계를 위해 수염을 밀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해리스 대사는 그것이 미국과 한국의 양자간 이익에 부합한다고 누군가 그를 설득하여야 한다고 답했다.
"나는 그냥 나일 뿐입니다.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내가 내린 모든 결정은 내가 일본계 주한 미국 대사가 아니라 (미국을 대표하는) 미국 대사라는 사실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라고 말하였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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