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와인과 인생

하디스 까베르네 소비뇽 팩와인 (3 리터)

마트에서 기대치 않았던 아이들을 만나면 쇼핑의 기쁨이 배가 된다. 어제 홈플러스에서 데일리 와인으로 마실 아이를 고르다 우연히 찾게 된 아이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팩와인을 만나기 어렵지만, 호주에서의 팩 와인은 가난한 고학생들의 친구 같은 존재라고 불린다. 아마도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원하는 도수의 알콜을 제공하는 것으로는 이 팩 와인을 능가하는 가성비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나 역시 아주 오래 전 호주 여행에서 샤도네이 3리터(?) 팩이 7천원 정도에 팔리는 것을 보고 냉큼 사 와서 함께 여행 중이던 지인들과 취하도록 마셨던 그리운 기억을 가지고 있다.

와인은 한번 오픈하게 되면 산화되기 시작하므로 혼자서 오래 두고 먹기에는 적당하지 않으나, - 하지만 팩 와인은 상대적으로 보틀 와인에 비해 공기 접촉이 적기 때문에 보관성도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 여러 사람이 가볍게 모여 즐기는 자리라면 이 아이를 한번 데려가 볼 만도 하다. 부르고뉴 피노 누아 처럼 좋은 와인을 즐기는 것도 큰 행복이지만, 이렇게 소박한 와인으로 자리의 흥을 돋우는 것 또한 즐거운 일이 아니겠는가?


<팩 와인을 오픈하는 방법>

1. 와인의 옆면을 보시면 이렇게 자세히 사용하는 방법을 기재하였습니다.

2. 점선을 넣어 뜯을 수 있도록 만든 자리를 윗 부분만 남기고 뜯어 냅니다. 아래 부분의 동전 크기 만큼은 완전히 제거합니다. 이 자리가 와인 주둥아리가 나올 곳입니다. 와인 주둥아리는 점선을 뜯고 안으로 손을 집어 넣으면 찾을 수 있습니다. 주둥아리를 찾아서 홈이 진 부분과 박스 단면을 끼우고 상부의 박스 단면으로 고정을 시키면 완성입니다.

3. 호프집에서 맥주를 따르 듯, 레버 처럼 생긴 아이를 위로 젖히면 와인이 나옵니다. 완전히 젖히면 와인이 세게 쏟아져 나오니 주의하셔야 합니다.


호주 와인에 대해 조금 설명하자면,

호주는 매년 7억5천 리터의 와인을 수출하는 세계 4위의 와인 수출국이며, 와인 산업은 호주 경제를 뒷받침하는 매우 중요한 산업 중 하나입니다. 주된 생산 품종은 레드 와인의 경우, 쉬라즈, 까베르네 소비뇽, 멜롯, 피노 누아 순이며, 화이트 와인은 샤도네이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호주 와인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 중 하나는 호주 남부 지역에서는 아직 남부 론에서 볼 수 있는 블렌딩 방식, 즉 그라나슈, 쉬라, 무드베드르의 GSM 블렌딩을 아직도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것인데, 쉬라의 비중을 높여 SGM 방식으로 생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호주 와인을 대표하는 와인은 단연 펜폴즈 사의 그랜지(Grange) 입니다. 가장 훌륭한 빈티지 중 하나인 1955년의 그랜지는 세계 곳곳의 와인 품평회에서 50개가 넘는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90년 빈티지는 와인스펙테이터 지가 뽑은 올 해의 레드 와인으로 선정되었고, 98년 빈티지는 WS 평점 99점을 획득하기도 하였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호주의 가장 큰 와이너리는 2001-3년까지 트래져리 와인 에스테이트 였다가, 이후 2년은 하디스가 그 자리를 차지합니다. 하디스는 세계에서 가장 큰 와인 브랜드 콘스텔레이션의 자회사이며, 15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명문 와이너리 입니다.

하디스는 상대적으로 펜폴즈에 비해 하이엔드 네임밸류가 떨어진다고 하는 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주를 대표하는 와이너리의 하나 임에 틀림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