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복학을 앞둔 여름에 처음 이 영화를 보고 20년 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 사이 오스트리아 비엔나를 배경으로 시작된 비포 선라이즈는 파리에서의 비포 선셋을 거쳐 그리스에서 비포 미드나잇으로 완결 되었고, 그 완결된 이후로도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는 평범한 두 남녀의 이야기가 한 번씩 추억처럼 그리워져 다시 찾게 됩니다.
어쩌면 20년이 지난 이제서야 왜 많은 사람들이, 특히나 20 대가 아닌 이미 그 시절을 지난 사람들이 이 영화에 반한 것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90년대 20대를 보낸 우리가 하루키의 소설에 반했듯, 이 영화는 그들이 겪은 혼란과 사랑에 대한 갈망을 담은 바로 "그들의 이야기"였기 때문이었습니다.
비포 미드나잇이 바로 지금 우리의 이야기라면, 비포 선라이즈는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우리 20대의 이야기 입니다. 순수한 사랑을 꿈꾸고, 동시에 마음 속에 품은 높은 이상을 현실에서 실현하고 싶고, 한 편으로는 사람들에게 인정 받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20대의 우리 모습 말입니다.
비엔나를 향하는 열차 속에서 만나는 두 사람.
제시(에단 호크)는 셀린느(줄리 델피)에게 끌려 비엔나에서 함께 내릴 것을 권유하고 셀린느 역시 충동적으로 제시를 따라 비엔나에 내리게 됩니다.
두 사람은 제시가 떠나기 전 하루 동안 함께 비엔나 곳곳을 함께 다니고, 그 시간 동안 그들은 짧지만 깊은 감정을 나누게 됩니다.
레코드 상점의 작은 감상실에서 함께 Kath Bloom의 "come here" 듣는 두 사람
친구와의 가상 전화를 가장해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하는 셀린느.
"내일 점심은 함께 하지 못할 거 같아. 열차에서 만난 남자와 비엔나에서 내려 버렸어"
"(친구를 가장한 제시) 너 미쳤구나! 어쩌자고 그랬어"
"설득당했어... 하지만 나도 내리고 싶었어. 얘기도 잘 통하고, 귀여운 남자야. 어렸을 적 할머니 유령을 본 이야기를 하는데, 그 때 정이 들어 버렸어."
그렇게 단 하루의 인연이었지만 깊은 감정적 끌림을 느끼는 두 사람...
그러나 날이 밝아오고 이제 헤어질 시간이 다가옵니다.
지난 밤 쿨하게 다시 만날 약속 따위는 하지 말자고 했던 두 사람.
하지만, 이별이 가까워 질 수록 이렇게 서로를 보내기 싫은 마음이 간절해 집니다.
"5년 후 다시 만나는 건 어때?"
"1년 후 다시 만나는 건?"
"6개월 후?"
"언제 부터 6개월인 거지? 어제 부터 헤아려야 하나?"
젊었던 우리들의 모습을 반추하는 영화, 비포 선 라이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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