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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와 뮤지컬

(투란도트) 잠들지 말지어다(Nessun Dorma) - 루치아노 파바로티

투란도트의 오페라 네순 도르마는 파바로티의 명성을 세계적으로 널리 - 클래식 음악 팬이 아닌 일반인에게까지 - 알린 곡으로 유명합니다. 또한 이곡은 브리티시 갓 탤런트에서 가수로서의 경력이 전무했던 무명의 핸드폰 판매상이었던 폴 포츠가 불러 압도적인 인기를 끌어 모으며 우승하게 한 곡이기도 합니다.

푸치니에게 이 곡의 영감을 준 것은 프레드릭 쉴러의 연극 대본이었으나, 실제 스토리는 카를로 고지의 산문 투란도트에 기반하고 있는데, 이 산문의 원래 이야기는 12세기 페르시아 시인 니자미의 일곱 미인의 전설 중 투란도트에서 가져왔다고 합니다.

투란도트의 배경이 되는 곳은 고대 중국이며, 주된 스토리는 아름답지만 얼음처럼 차가운 공주 투란도트(투란도트는 투란의 딸이라는 의미 입니다.)와 그녀를 보는 순간 사랑에 빠져 결혼하려고 하는 왕자 칼리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오페라는 번잡한 성문 앞에서 시작됩니다. 투란도트와 결혼하기 위해 그녀가 낸 세가지 수수께끼를 푸는 데 도전했던 페르시아의 왕자가 도전에 실패하고, 군중들이 왕궁 문 앞으로 몰려 듭니다. 경비대들이 그들을 제지하는 혼란 중에 망국의 왕자인 젊은 청년은 오래 전 잃어버렸던 아버지 티무르 왕과 시녀인 리우를 만납니다. 왕자는 아버지를 만나 기뻐하지만 그가 자기의 이름을 부르려는 것을 막습니다. 혹시라도 중국의 왕이 그들을 알아 채고 죽일까 두려워 하는 것입니다. 왕은 그 많던 시종들 중 리우 만이 신실하게 자신의 곁을 지켰다고 말하고, 이에 왕자는 리우에게 그 이유를 묻습니다. 이에 리우는 "아주 오래 전 왕자가 자신을 향해 웃어 주었기" 때문이라고 답합니다.

달이 뜨고 페르시아의 왕자가 처형을 위해 끌려 나옵니다. 그 어린 젊은 왕자의 모습에 타르타이의 왕자와 군중들은 투란도트에게 모습을 보여 그의 목숨을 살려 줄 것을 청합니다. 그러나 모습을 드러 낸 그녀는 손짓으로 그를 죽이라고 명합니다. 단말마의 비명과 군중들의 고함소리와 함께 페르시아의 왕자는 처형됩니다. 하지만 처음 본 투란도트의 아름다운 모습에 타르타이의 왕자는 오히려 사랑에 빠지고 맙니다.

투란도트의 미모에 눈이 먼 왕자는 페르시아의 왕자를 죽음으로 내 몬 세 가지 수수께끼에 도전하기 위해 왕궁에 매 달린 종을 치려고 합니다. 이 때 세명의 장관인 핑, 팡, 퐁이 나타나 그를 만류합니다. 그들은 냉소적인 말로 헛되이 목숨을 잃지 말라고 합니다. 타르타이의 왕 티무르와 남 몰래 왕자를 사랑하고 있는 시녀 리우 역시 그를 말립니다. 하지만 왕자는 그들의 충고를 거절하고 투란도트의 이름을 세번 외칩니다. 이에 세명의 장관과 리우, 티무르는 "죽음" 이라고 답합니다. 이어 군중들 역시 "우린 벌써 너의 무덤을 준비하고 있다." 라고 외칩니다.

한편, 황제인 알툼은 투란도트에게 더 이상의 무자비한 도전의식을 그만 둘 것을 충고합니다. 하지만, 투란도트는 먼 옛날 침공해 온 이웃나라의 왕자에게 능욕당하고 살해당한 로우링의 이야기를 하며 그럴 수 없다고 합니다. 그녀는 로우링이 자신과 함께 하며, 자신은 누구와도 결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맹세합니다. 그러면서 투란도트는 왕자에게 도전을 철회하고 물러날 것을 종용합니다. 하지만 사랑에 눈이 먼 왕자는 이를 거부합니다.

세가지의 수수께끼가 주어집니다. 첫번 째 수수께끼 "밤이면 태어나 새벽이면 죽는 것은 무엇인가?" 왕자는 대답합니다. "희망" 두번 째 수수께끼가 주어집니다. "붉게 빛나고 불꽃처럼 따스하나 불이 아닌 것은 무엇인가?" 왕자는 대답합니다. "피" 투란도트가 동요합니다. 군중들은 환호로 투란도트의 화를 돋웁니다. 마지막 세번 째 수수께끼가 주어집니다. "당신에게 불꽃을 주지만, 그 불꽃이 당신을 더욱 얼어 붙게 만드는 얼음은 무엇인가?" 왕자는 생각에 잠기고 공주는 이런 왕자를 조롱합니다. 공주의 조롱에 왕자는 해답을 발견합니다. "그것은 바로 투란도트 당신!"

수수께끼는 모두 풀렸습니다. 두란도트는 왕 앞에 엎드려 황제가 자신을 왕자에게 보내지 말라고 간청하나, 황제는 "언약은 신성한 것" 이라며 두 사람의 결혼을 선언합니다. 공주는 왕자에게 진정 강제로 자신과 결혼하기를 원하냐고 묻습니다. 이에 왕자는 "당신은 아직 나의 이름을 모르니, 내일 새벽까지 당신이 내 이름을 알아 낸다면 목숨을 내어 놓겠다."고 다짐합니다.

이 날 저녁, 베이징의 누구에 잠들지 말라는 투란도트의 명이 내려 집니다. 내일 새벽까지 왕자의 이름을 알아 내지 못한다면 모두를 죽이겠다는 명령입니다. 핑, 팡, 퐁은 왕자에게 투란도트를 포기한다면 부와 여자를 주겠다고 하지만 거절당합니다. 병사들이 나타나 리우와 왕자의 아버지 티무르 왕을 끌고 갑니다. 왕자는 그들은 아무 것도 알지 못한다고 말하며 무심함을 가장합니다. 리우는 오직 그녀만이 왕자의 이름을 알고 있다고 거짓말을 합니다. 이에 그녀에게 가혹한 고문이 주어집니다. 하지만 그 모든 고문을 당하고도 리우는 왕자의 이름을 밝히지 않습니다. 투란도트는 그녀에게 그 무엇이 그녀를 그토록 지탱하는 지 묻습니다. 이에 리우는 "사랑" 이라고 답합니다. 투란도트는 그녀에게서 꼭 왕자의 이름을 얻어 내라고 명령하고, 리우에게는 더욱 더 심한 고문이 주어집니다. 마침내 리우는 투란도트 역시 "사랑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를 알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는 병사의 단검을 빼앗아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군중들은 마지막까지 그녀에게 왕자의 이름을 말하라고 외칩니다. 그녀의 죽음을 알게 된 티무르는 비통에 잠겨, 신 조차도 그녀의 죽음에 노할 것이라고 외치고, 군중들은 두려움에 잠겨 그녀의 시신을 모셔 옮겨 갑니다.

이제 투란도트와 왕자 만이 남아 있는 정원에서 왕자는 투란도트의 잔인함을 책망합니다. 그리고는 그녀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강제로 안고 키스를 합니다. 왕자는 자신의 사랑을 확신시키려 노력합니다. 처음에는 역겨움만을 느꼈던 투란도트는 점차 왕자의 진정한 사랑을 깨닫게 됩니다. 그녀는 한편으로는 그를 미워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사랑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왕자는 그녀에게 자신의 이름을 밝힙니다. 이제 그의 목숨은 투란도트의 손으로 넘어갔습니다.

다음 날, 군중 앞에서 투란도트는 그녀가 찾은 그의 이름을 밝힙니다. "그것은...... 사랑" 군중들은 환호하고 막이 내립니다.

파바로티가 <파바로티와 친구들> 이라는 이름으로 대중적 성향의 음반과 공연을 통해 세계적인 인기를 누렸던 당시, 그가 가장 즐겨 불렀던 레퍼토리 중 한 곡이 네순 도르마 입니다. 네순 도르마는 파바로티 특유의 맑고 뻗어 나가는 음색을 어필하는 데 가장 좋은 곡이었던 것으로 판단됩니다. 아무리 좋은 테너라도 고음의 아리아에서는 약간은 듣기 거북한 "힘듬"이 느껴지곤 하는데, 파바로티는 그런 곡들 마저도 너무도 자연스럽게 소화하여 듣는 사람들이 더 없이 편안한 감정으로 감상할 수 있게 노래하는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아래의 영상은 파리의 공연에서 가져 온 것입니다. 이 영상 아래 코멘트 중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난 이 가사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이 곡을 들으며 눈물이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