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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와 뮤지컬

(나비부인) 어느 갠 날 - 안젤라 게오르규

나비부인을 몰라도 미스 사이공을 아시는 분들은 많을 것입니다. 뮤지컬 미스 사이공은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을 현대적 감각에 맞게 재 해석한 작품으로 전반적인 모티브를 오페라 <나비부인>에서 차용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나비부인> 이든 <미스 사이공> 이든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두 작품 다 식민시대 혹은 전쟁 시대, 서양인 남자들이 가진 동양인 여자들에 대한 판타지를 그린 작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나라 역시 이와 비슷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부인하려 해도 60-70년대 동두천을 비롯한 미군 주둔 지역에서 있었던 한국인 여성들과 미군들의 이야기는 이 이야기와 그렇게 많이 다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비부인의 이 아리아는(물론 줄거리를 떼어 놓고 봤을 때 이야기 입니다만) 사랑에 빠진 소녀와 그 기다림을 너무도 아름답고 절절하게 표현하는 아름다운 곡입니다.

<나비부인>은 푸치니가 작곡한 3막의 오페라로 흔히, 라보엠, 토스카와 더불어 푸치니 3대 오페라로 불립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일본에 주둔한 미군 중위 핑커튼은 주둔 생활의 따분함을 달래 줄 여흥으로, 다른 주둔군 장교들 처럼 일본인 여성과의 계약 결혼을 시도합니다. 당시 미군과 일본인 여성과의 계약 결혼은 매우 흔한 - 특히나 게이샤와 같은 여성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신분 상승을 꾀할 수 있는 기회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 일이었습니다.

핑커트은 일본인 중매장이의 소개를 통해 초초상(일본 말로 나비를 의미) 이라는 어린 아가씨와 결혼을 하기로 약속합니다. 하지만 사실 핑커튼은 본국에 이미 결혼을 약속한 케이트 라는 약혼녀가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를 모르는 초초상은 자신의 남편이 될 핑커튼을 위해 기독교로 개종하고, 가문의 친척들과 절연까지 하게 됩니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 이루어 진 결혼은 핑커튼이 주둔명령을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갈 때 까지 초초상에게 행복한 나날을 선사합니다.

한편, 본국으로 돌아간 핑커튼은 약혼녀인 케이트와 결혼하고, 일본에서 있었던 초초상과의 결혼은 하룻밤 불장난으로 쉽게 잊어 버립니다. 이를 모르는 초초상은 어려운 생활 속에서 핑커튼의 아이를 출산하고 기르며 핑커튼이 일본으로 돌아 와 자신 앞에 나타 날 그날을 기다립니다.

시간이 흘러 핑커튼이 자신의 부인인 케이트와 일본으로 돌아옵니다. 초초상은 기쁨에 겨워 그를 만나기 위해 달려 가지만, 핑커튼의 옆에는 이미 케이트가 있었습니다. 핑커튼은 자신과 달리 지고 지순한 사랑으로 자신을 기다린 초초상에게 죄책감을 느끼고, 케이트는 그를 연민하여 초초상의 아이 만큼은 자신의 가족으로 받아 들이고자 합니다. 그리고 두 사람의 이러한 마음을 알게 된 초초상은 아이를 케이트에게 맡긴다는 말과 함께 자결하고, 핑커튼이 숨져 가는 초초상을 찾아와 오열하며 오페라는 막을 내립니다.

어느 갠 날은 초초상이 미국으로 간 핑커튼이 어느 날엔가 커다란 배를 타고 자신에게 돌아올 것이라 믿으며 부르는 사랑과 신뢰로 가득 찬 아리아 입니다.

마리아 칼라스를 비롯한 당대를 대표하는 히로인들이 나비부인을 연기하였습니다만,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소프라노는 안젤라 게오르규 입니다. 이전 하바네라 에서 소개드렸던 당대 최고 인기 소프라노 중 한 명입니다. 굳이 안젤라 게오르규를 소개하는 이유는 안젤라는 사랑이니까요....  가 아니고 그녀의 목소리가 가진 부드러운 음색이 어느 갠 날의 희망을 기다리는 초초상의 아리아와 너무도 잘 어울리기 때문입니다. 또한 오는 11월 15일 루치아노 파바로티 추모 월드 투어의 일환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그녀에 대한 작은 선물이랄까요?

2005년 링컨 센터에서의 공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