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에 대한 이야기 마지막 편입니다.
이전 글에서 나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을'에서 '을'로의 부의 이전이라고 했습니다. 기업의 임금인상 여력을 넘어서는 최저임금의 인상은 결국은 이를 위해 중위 소득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분을 줄임으로써 저소득 노동자와 중소득 노동자 소득의 하향 평준화를 이끌어 내게 된다는 의미였습니다. 그렇다면 하위 소득 노동자들의 가처분 소득을 빠르게 증가 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요? OECD 레포트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우리나라는 미국, 영국과 함께 세계에서 부의 양극화 현상이 가장 심한 국가 중 하나 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우리나라는 머지 않아 심각한 사회 갈등에 직면하게 될 것이 분명합니다.
경제학자 밀튼 프리드먼이 주장한 해답은 조세 제도 입니다. 대표적인 자유주의 경제학자 중 한 명인 밀튼 프리드먼은 일생에 걸쳐 정부의 최소 개입을 주장하였지만, '만일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여야 한다면' 조세 제도를 통해 정부가 개입하는 것이 시장의 왜곡을 가장 적게 부르는 방법이라고 했습니다. 그의 이론은 이렇습니다. 자본주의의 특성 상 부의 양극화 현상은 필연적이고 자본주의의 유지를 위해서는 인위적인 부의 재분배가 필요하며, 이 때 대안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부의 소득세' 라는 것입니다. (프리드먼은 다른 공적 부조나 사회보장제도에 대해서는 일관되게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합니다.)
부의 소득세를 간략하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소득세 부과에 있어 어떤 특정한 면세점(최저생계 소득 수준)을 지정하고, 그 이상의 소득을 버는 사람에게는 소득세를 부과하고 면세점에 해당하는 사람에게는 소득세를 면제하는 한편, 그에 미달하는 사람에게는 최저생계 소득에 미달하는 금액을 보조금으로 지급하는 제도입니다. 납세 신고 이후 최저 생계 소득 이하의 소득을 보이는 극빈층 가정에게는 보조금에 해당하는 부의 소득세를 부과함으로써 그들의 가처분 소득을 높이고 생활 수준을 개선시킨다는 것입니다. 언뜻 부의 소득세 이론은 굉장히 그럴 듯 해 보이지만 치명적인 함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열심히 일하든 않든 최소한의 소득이 보장되기 때문에 오히려 일을 하고자 하는 의욕을 감소시키는 부작용을 가져 오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전혀 예기치 않은 부작용이 또 드러나는데, 그것은 부의 소득세가 원래 의도했던 소득 보장을 통한 가정의 안정 목적과는 달리 이혼율이 증가하였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는 뒤에 통계적 오류였음이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부의 소득세를 시행하기 위해 필요한 조세 제도의 구축에 다른 사회보장보다 훨씬 높은 비용이 소요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다른 방법은 기본소득이라고도 불리는 국민 배당 제도입니다. 국민 배당은 조건을 불문하고 일정금액의 소득에 전 국민을 대상으로 무차별적으로 지급하는 방법입니다. 작년에 스위스에서 표결에 부쳐졌다가 부결된 바 있습니다. 국민 배당 제도의 장점은 운영이 간단하고 노동시장의 왜곡이 적다는 것입니다. 소득이 무차별 적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더 많은 소득을 원하는 사람은 일을 하면 됩니다. 하지만 지급되는 수준의 소득이 높다면 오히려 일을 하고자 하는 의욕을 떨어 뜨리기 때문에 적정한 수준의 배당액 결정이 매우 중요합니다. 국민배당 제도의 유일한 -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만 - 단점은 어느 정도 수준이 아니고서는 이를 통한 부의 재분배가 어려운데, 그 어느 정도 수준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예산이 천문학적이라는 것입니다.
나는 현재 우리가 안고 있는 극심한 부의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특유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매우 기형적인 시장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금융시장은 거의 완벽한 자유시장에 가깝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거의 0에 수렴하고 있으며, 생산물 시장의 규제는 세계에서 가장 복잡합니다. (생산물 시장의 규제란 비즈니스의 운영과 관련한 각종 규제라고 보시면 무방합니다.)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생산물 시장의 규제는 기업의 창의성을 떨어뜨리고, 노동시장의 비탄력성은 오히려 고용을 줄이는 독소로 작용합니다. 주주자본주의가 추구하는 주주 가치 극대화는 이익 극대화 = 주가 극대화의 공식을 위해 이해 관계자, 특히 협력업체의 희생을 강요하고 장기적인 관점의 연구 개발을 위축시킵니다. 이러한 모든 상황은 시장 참여자들이 정당한 경쟁을 통해 사회 전체의 이익을 높이기 보다는 기존에 가진 기득권(지대, rent)를 지키기 경쟁하는 기형적인 모습을 가져오게 됩니다. 이것이 내가 바라 보는 대한민국의 현주소 입니다. 갑질 문화, 귀족이 된 노조, 한국 경제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현상들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최저임금과 관련한 문제로 범위를 좁히면 대기업과 하청 기업의 착취적인 임금 차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근본적인 답을 찾기가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원청의 급여를 100으로 볼 때, 한 단계 하청 단위가 내려갈 수록 임금이 40% 씩 줄어 듭니다. 즉, 모 자동차 직원의 평균 임금이 1억이라면, 1차 협력사의 경우, 6천만원, 2차 협력사는 3,600마원이 됩니다. 도요타와 벤츠의 평균 임금 수준이 7천만원 중반대인 것을 감안하면, 얼마나 많은 임금이 하청업체로 부터 원청업체로 이전되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모 자동차 노조는 이제 노조원이 정년 퇴직할 경우, 그 자식에게 취업할 수 있는 권리를 상속하도록 회사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전형적인 rent-seeking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이 동시에 충족되어져야 합니다. 첫 째는 기업이 경영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을 유연화 해야 하고, 둘째는 회사가 이를 위해 직원을 해고할 경우, 해고된 직원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보상을 법제화 해야 하고, 또한 이를 보충하기 위해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해야 하며, 셋째는 흔히 말하는 '갑'과 '을'의 불공정한 거래 관행을 제거해야 합니다.
이 중 사회적 안전망 구축을 위해서는 상당한 재원이 필요합니다. 현재 문재인 정부가 초고소득층에 대한 증세를 추진하고 있으나, 이 정도의 재원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경북대 이장우 명예교수의 의견과 같이 고소득층-중위소득층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증세를 실시해야 합니다. 또한 노동 소득이 아닌 자산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 역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가처분소득 증대를 통한 경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표를 의식하지 않는, 무엇이 진정으로 현재 당장 필요한 일인가를 매우 깊게 고민하여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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