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은 기본적으로 거래의 자유를 규정하는 자본주의 경제 체제에 반하는 제도 입니다.
즉, 고전파 경제학을 시작으로 자유주의를 주창해 온 자본주의 경제학자들에 따르면 "정부의 개입은 시장의 왜곡" 만을 가져오기 때문에 정부는 아주 제한적인 경우에만 시장에 관여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들에 따르면 노동시장 역시 수요와 공급이 존재하는 시장이고, 이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점에서 자연스럽게 임금이 결정된다고 합니다. 이것이 노동의 시장가치, 즉 균형임금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기계화가 진행되고 노동시장에 항상 초과 공급(실업)이 존재하는 상황이 되면서 이 균형임금으로는 최소한의 생계를 이어나갈 수 조차 없는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살아 가기 위해서는 최소한 100원이 필요한 데, 시장에 맡겨 두니 고용주들이 80원만 주고 노동자를 고용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입니다. 그래서 정부가 나서서 최소한의 생계를 이어나갈 수 있는 수준의 임금으로 노동력을 사고 팔도록 규율하기 시작하였는 데 이것이 바로 최저임금의 시작입니다.
그러면 좋은 아니냐구요? 하지만 경제학자들이 주장한 바와 같이 "시장에 대한 간섭"은 "왜곡"을 가져옵니다. 우선 사업주들은 임금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자동화를 가속화하거나 생산기술의 혁신을 통해 생산단위 당 인건비를 최저임금 제정 이전의 수준으로 유지하려고 합니다. 이러한 활동을 할 수 없는 영역에서는 사업주가 자신의 투자에 대한 기대이윤 만큼을 획득할 수 없기 때문에 영업을 포기합니다. 즉, 전반적인 노동수요가 감소하는 것입니다.
노동의 공급 측면에서도 문제가 발생합니다. 노동시장은 하나의 단일 시장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저숙련 시장, 숙련 시장 등 다양한 세부 시장이 존재합니다. 사무직이나 현장직 처럼 말입니다. 통상적으로 높은 임금이 주어지는 숙련 시장에서는 늘 초과 공급이 존재합니다. (현재 청년 실업 문제를 생각하면 됩니다.) 하지만 낮은 임금과 근로 환경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저숙련 시장에는 만성적인 공급 부족이 존재합니다. (공장의 생산직 구인난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저임금이 지속적으로 오른다면 고숙련 구직자들의 기대 수준만큼 임금이 상승하므로 이들이 저숙련 시장으로 넘어 올 수 있는 유인이 발생하게 됩니다. (청년 실업율이 줄겠죠.) 처음에 언급한 바와 같이 사업주는 채용을 줄이는 상황에서 젊고 똑똑한 사람들이 저숙련 노동시장에 합류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네. 그동안 상대적으로 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던 노동취약계층(노인, 여자, 저학력자 등)이 시장에서 밀려 나는 상황이 생깁니다.
두 번 째 문제는 이른 바 중위 노동 소득자와 하위 노동 소득자 간의 갈등 문제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두 개의 노동시장은 따로 떨어져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회사 안에 함께 존재합니다. 최저 임금 인상으로 인해 하위 노동 소득자의 임금은 강제적으로 올려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회사에는 최저임금 근로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는 근로자 계층이 존재합니다. 관리자나 사무직들이 이에 해당합니다. 사업주 또는 주주들이 최저임금이 16% 올랐다고 전체 근로자의 임금을 그 만큼 올릴까요? 아닙니다. 그들은 관리자나 사무직들의 임금을 동결, 또는 최소한의 폭만 인상, 아니면 비슷한 수준으로 인상하더라도 전체적인 고용의 축소를 통해 전체 인건비 상승 폭을 최소화 하려는 강력한 유인을 받게 될 것입니다. 이른 바 을에게서 을로 소득이 이전하는 현상이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세 번 째 문제는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물가 상승 입니다. 이렇게 임금이 상승하면 당연히 제조원가가 오르게 되고, 가격에 반영이 되게 됩니다. 즉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게 됩니다. 첫번째 문제를 이야기 할 때 노동취약계층이 시장에서 밀려난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들에게 인플레이션은 또 다른 생존의 위협을 가져오게 될 것입니다.
여기까지 최저임금의 인상에 따른 문제를 살펴 봤습니다. 누군가는 이렇게 반문하실 겁니다. '최저임금 인상이 하루 이틀 만에 새로 생긴 것도 아니고, 매년 계속되어 왔던 상황 아니냐? 왜 갑자기 이런 문제를 이야기 하는 것이냐?'
맞습니다. 매년 최저임금 인상 때마다 되풀이 되어 오던 대화 입니다. 하지만 2018년도 임금 인상이 예년과 다른 것은 그 인상이 시장의 기대 수준을 어마어마하게 넘어섰다는 데 있습니다. 시장은 생물처럼 과거로 부터 학습하고 이것으로 부터 다가 올 충격을 예비합니다. 고무줄을 늘였다가 놓으면 원래대로 돌아오는 형태입니다. 하지만 고무줄을 기대치 이상으로 늘이게 되면 끊어지게 됩니다. 올해의 상황이 그런 상황이라고 생각 됩니다.
물론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저처럼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에 '분수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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