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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일본 여행, 유후인의 료칸

오늘은 료칸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볼까 합니다.

원래 계획은 지난 4월에 다녀온 체코-오스트리아-스위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훑고 난 후 예전에 다녀온 인상 깊었던 곳들을 위주로 소개를 할까 했었는데, 요즘 워낙 뛰어난 여행 블로거들이 많아 충분히 좋은 정보를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바로 인상깊었던 여행지들을 포스팅하는 것으로 마음을 바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 여행 만큼은 한국에서 충분히 준비를 하고 떠나야 하는 사항들이 많아서 - 특히나 우버, 열차 등 교통 편 관련해서는 특히 - 시간이 될 때 마다 하나씩 정리해서 올리려고 합니다.

참고로 이 포스팅은 순수하게 개인적인 목적으로 작성된 것임을 사전에 밝혀 둡니다. 그래서 타이틀이나 내용에도 료칸의 이름은 밝히지 않습니다. 이 포스팅의 목적은 특정 료칸을 소개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료칸 이라는 일본 특유의 문화 콘텐츠 자체에 대해 말하려는 것이니까요. 

여기서 잠깐. 위키피디아 한국판은 료칸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료칸(일본어: 旅館 りょかん)은 일본의 전통적인 숙박시설이다. 일본에서는 일본 정원이 어우러져 있으며, 식사는 코스별로 나온다. 료칸은 에도시대(1603-1868)부터 이어져 온 전통적인 일본의 숙박형태이다.....

그리고 위키피디아 영문판에서는 이렇게 나와 있습니다.

A ryokan (旅館) is a type of traditional Japanese inn that has existed since 7 A.D during the Keiun period, in which the oldest hotel in the world, Nishiyama Onsen Keiunkan, was created in 705 A.D. Another old ryokan called Hōshi Ryokan was founded in 718 A.D and was also known as the world's second oldest hotel.......

료칸은 7세기 게이은 시대 부터 존재해 온 일본의 전통적인 숙박시설이며, 세계에서 가장 오래 된 니시야마 온천 케이은칸은 705년에 지어졌다. 호시 료칸 이라는 이름의 다른 오래된 료칸은 718년 지어진, 세계에서 2번째 오래 된 호텔이다.......

전통식 료칸의 서비스는 크게 3가지 입니다. 료칸의 위치도 중요하겠지만, 같은 입지를 가진 곳이라면 아래의 3가지에 따라 료칸의 가격은 천차만별로 달라집니다.

첫째, 전통 일본식으로 제공되는 저녁식사(가이세키)와 아침식사

둘째, 다다미 방과 일본식 침구, 유카타

셋째, 온천 (대욕탕과 대절탕, 그리고 료칸의 수준에 따라서는 별채에 딸린 개인 온천까지)

요즘은 식사를 없애거나 간단하게 제공하는 대신에 저렴하게 이용 가능한 료칸이 많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가이세키 요리야 말로 료칸 이라는 문화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이므로, 기왕이면 세 가지를 모두 갖춘 료칸을 선택할 것을 권합니다.

 

2014년 다니던 세번 째 회사를 그만 두고 료칸을 다녀 오기로 결정했을 때, 선택의 기준으로 삼은 것도 위의 기준을 포함하여 세 가지였습니다.

먼저 가이세키 요리에 대한 평이 좋은 곳,

그리고 집 사람과 둘이 오붓하게 즐길 수 있는 개별 온천이 딸린 별채,

마지막으로 2박3일이라는 일정 상 이동거리가 가능하면 짧은 곳. 

그래서 마지막으로 낙점을 받은 곳이 아래의 료칸입니다.

이곳의 가이세키 요리는 워낙 유명해서 - 주인장의 말로는 - 인근 대도시 후쿠오카에서도 일부러 가이세키 요리를 맛보기 위해 방문하는 손님들이 많다고 합니다. 그리고 별도의 노천 온천이 딸린 6개의 독립된 별채 만을 운영하기 때문에 번잡하지 않아 오랜만에 부부 둘 만의 시간을 보내기에 안성맞춤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렇게 생긴 욕조를 부부가 하나씩 차지하고 누워 눈을 들어 바라보면, 눈 앞에 펼쳐진 유후다케의 지붕 위로 쏟아 지듯 별이 떠 있는 그런 풍경입니다.

일본의 전통적인 방식은 모든 식사를 방으로 가져다 주는 것이라고 하나, 여기서는 불편하지만 별도의 식사 공간으로 이동해서 식사를 해야 합니다. 거의 유일한 단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위키피디아 영문 버전은 가이세키에 대해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Most ryokan offer dinner and breakfast, which are often included in the price of the room. Most visitors take their meals at the ryokan, which usually promote themselves on the quality of their food. Meals consist of traditional Japanese cuisine known as kaiseki, which features seasonal and regional specialties. (Kaiseki originally referred to light meals served during a tea ceremony, and today refers to a meal consisting of a number of small, varied dishes.) In order for each dish to be enjoyed at the proper temperature, ryokan stress that guests should be punctual for their meals. For this reason, most ryokan ask guests to confirm the time they want to take their meals.

대부분의 료칸은 저녁과 아침을 제공하고, 대개 이는 방값에 포함되어 있다. 거의 모든 방문자들 역시 료칸에서 식사를 하는 데, 료칸은 자신들의 음식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 식사는 전통적인 가이세키 요리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지역성과 계절성을 잘 보여준다. (원래 가이세키는 다도에서 제공되는 가벼운 식사를 의미하는데, 이것이 오늘 날 작고, 다양한 음식들로 구성된 식사로 바뀌었다.) 가이세키 요리를 적절한 온도에서 즐길 수 있도록 료칸에서는 손님들이 예약된 정시에 오게끔 요청한다. 이러한 이유로 대부분 료칸에서는 손님들이 원하는 식사 시간에 대해 다시 확인하도록 요청한다......

이렇게 그 날 제공 될 요리들이 일본어로 적혀 있습니다.

사진을 발로 찍었습니다. 주인장이 보시면 항의 들어 올 사진이네요. 아쉽게도 방을 찍은 사진은 올릴 만한 게 없네요. 뭐는 안 그렇겠습니까.

저녁을 먹는 도중에 역시 대구에서 왔다는 한 가족을 만났습니다. 병원을 운영하는 아버지는 일 년에 두 번 정도 결혼해서 분가한 아들, 딸들을 불러 주기적으로 가족들과 이 곳을 찾는다고 합니다. 그 날도 여섯 식구가 함께 식사를 하고 있더군요.

사실 료칸을 자주 다닌다는 것은 그 정도 경제력이 있는 분들이 아니면 부담스러운 사치입니다. 4명 성인 기준으로 좀 괜찮은 곳은 100만원에 쉽게 육박하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료칸이라는 곳은 무엇인가 알 수 없는 매력이 있는 곳입니다. 매우 일본스럽고, 일본인들이 가치있게 생각하는 전통적인 것들이 무너지지 않고 이어져 나가고 있다는 증명 같은 것입니다. 일본이라는 나라의 모습을 제대로 만나기 위해서는 한번 쯤 경험해 봐야 할 곳이라고 생각됩니다.

한 마디 더.

사실 료칸을 잘 운영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매년 많은 수의 료칸들이 문을 닫거나 다른 형태의 숙박시설로 바뀌고 있다고 합니다. 독창적인 그 료칸 만의 요리를 개발하는 데 드는 그 많은 노력과 오래된 시설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에 수용할 수 있는 손님 수의 한계를 생각하면 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료칸의 비용은 물가를 고려한다면 그 옛날보다 지금이 훨씬 저렴한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