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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체코 프라하성의 숨은 포토존

프라하를 방문한 것은 작년 4월에 이어 금년 4월이 두 번 째이다.

그리고 올 때 마다 프라하성을 두 번 씩 방문했으니, 총 4번을 프라하 성을 찾은 것이다.

원래 체스키크롬로프를 가고자 했던 일정을 취소하고 프라하에 하루 더 머무르게 되었다.

애초에 체코에 도착하는 당일 구시가지를 비롯한 여러 곳을 보려고 하였으나, 생각지도 못했던 추위를 비롯해 여러 가지 일이 겹치면서 도착한 당일을 허무하게 보내 버린 탓에 프라하를 즐길 시간이 부족했다는 이유도 있었고, 결국 체스키크롬로프도 프라하의 축소판 정도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도 있었다.

그리고, 이왕 떠나 온 여행인데 너무 시간에 쫓겨 다니는 것도 스트레스 아닌가 하는 점에서 집 사람과 의견 일치를 보았기 때문이다.

프라하에서의 마지막 날, 유대인 거주 지구를 거쳐 프라하 성으로 갔다.

프라하성의 입장권이 2일 간 유효하다고 해서 비투스 성당을 비롯해 프라하 성 쪽을 다시 보기 위해 방문한 것이다.

하지만, 프라하 성 입장권이 2일간 유효한 것은 사실이나, 한번 들어 간 곳은 두 번 입장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몇 번이나 비투스 성당 게이트 앞에서 에러 메시지를 띄우고 난 다음이었다.

게이트 바깥에서 스테인드 글라스를 몇 장 찍고 나서 밖으로 나오니 갈 곳이 없었다.

그래서 집사람과 함께 전 날 둘러 보지 못한 프라하성 바깥 쪽을 둘러 보기로 하고 나왔다.

그 때 눈에 들어 온 곳이 주변과는 다른 양식으로 지어 진 한 건물이었다. 바깥에 걸린 미술 전시 포스터를 보니 미술관인 것 같다. (지도의 Schwarzenwersky Palac)

인근 구글 지도

미술관 건물 옆으로 통하는 문으로 들어 가니 르네상스 양식의 건물로 둘러쌓인 넓다란 마당이 나온다.

건물 한쪽에 있는 까페에서 라떼 한 잔 을 주문해서 마당 반대 쪽으로 난 통로를 따라 나가니 하늘 정원 같은 곳에 마련된 노천 까페와 함께 그림 같은 프라하 시내 전경이 펼쳐 진다.

하늘 정원 까페에서 방해꾼 없이 오롯이 부부가 나란히 앉아 프라하의 절경을 감상하며 커피를 마시고 있노라니, 새삼 '아, 행복하다.' 라는 생각이 밀려 들었다.

행복하기 위해 정신없이 살아 왔지만, 결국 진정한 행복은 번잡함 속에 있는 것이 아니고, 이렇듯 구속받지 않는 외로움 속에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우리는 말 없이 프라하에 있음을 감사하고 그 시간을 즐긴다.

시간이 흐르고 우리는 그곳을 떠나 목적지 없이 프라하 성 주변을 산책하다 숙소로 돌아왔다.

위의 골목길이 위치한 곳 동그라미 오른쪽이 비투스 성

여행 중 기대하지 않은 곳에서 아름다운 풍경을 만났을 때의 감동은 마약과 같다.

그런 행운은 말 그대로 행운 임을 알면서도 자꾸 미련처럼 짐을 꾸리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