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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짧은 유럽 여행기 (체코-오스트리아-스위스, Apr 2017)

올 해가 시작되면서 집 사람이 2월에 일을 그만 두면 4월에 유럽을 같이 가기로 했었는데, 막상 그만 둘 때가 다가오면서 비용이 많다는 둥, 귀찮다는 둥 게으름증이 도지기 시작하더니, 실제 2월이 지나고 집에 있게 되자 덜컥 보이콧을 선언해 버렸다.

그 때 쯤에는 나도 그만 시들해 져서, 그럼 간단하게 3월에 오사카나 다녀오자며 약속을 했는 데, 갑자기 회사 일이 꼬이기 시작하면서 오사카도 못 가게 되고 결국에는 제주도로 장소를 바꿔서 2박 3일을 다녀 오게 되었다. (출발부터가 살벌했던 제주행 이야기는 다음에 하기로 하고)

제주도를 다녀 오고 나서 며칠 후, 퇴근을 하는 데 집 사람이 배시시 웃는다.

"오빠, 지금 출장 스케줄 바꿀 수 있어?"

"으.. 응? 그건 왜?"

"나 유럽 같이 갈래."

"ㅡ.ㅡ;;;"

그렇게 해서 사라질 뻔 했던 유럽 여행 계획이 다시 부활하게 되었다는 그런 이야기다.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는 1년에 한 번 씩 전 세계 사업장의 HR 매니저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HR Summit 이라는 것을 한다. 1년 동안 진행될 HR 아젠다를 같이 상의하고, 각 사이트에서 잘 되고 있는 것들을 공유하자는 취지이나, 실제로는 1년에 한 번 씩 모여 얼굴 보고 "하이 존, 잘 지내지?" 하고 인사하며 결속력을 다지는 목적이 더 큰 행사이다.

보통은 행사 넉 달 전 쯤에 계획이 나오고 두 달 전까지는 출장 승인을 비롯하여 항공권 예약을 모두 마치는 것이 통상적인데, 집 사람이 그 과정에 난입하면서 대폭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사족이지만, 해외여행은 1년 정도 계획해서 출발하기 3개월 전에는 모든 예약을 완료하는 것이 좋다. Early bird discount는 내가 아는 한도 내에서는 비용을 줄이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다. 계획만 미리 세워도 몇 십 만원은 아낄 수 있다. 특히나 여행일정을 임의로 바꿀 수 없는 직장인에게 이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원래 4월24일 자정 비행기로 출발하여 4월28일 리턴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 일정을 여행 일정 포함하여 4월19일 자정 출발하는 것으로 바꾸기로 했다. 바뀐 일정으로 여행사에 문의하니 오히려 항공 요금이 30만원 정도 내려 간다. 기존 예약 캔슬 차지하고도 회사 입장에서는 8만원 정도 비용이 절약된다.

그 다음 스카이스캐너를 통해서 집 사람 항공권을 찾아 본다. (스카이 스캐너로 저렴한 항공권 찾는 법은 이 다음에 포스팅) 여행 일정이 확정인 상태에서 항공권을 찾는 것이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예약하는 것이 좋다. 출발일에 가까워 질 수록 항공권 가격은 올라 간다.

4월 24일에는 워크숍 장소인 스위스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5일 동안 최대한 많은 것을 볼 수 있는 일정을 짠다. 스위스-오스트리아-체코의 경우, 대부분은 독일로 들어 가서 스위스-오스트리아를 거쳐 체코에서 나오는 일정으로 많이 구성하는데, 개인 여행이 아니라 출장을 겹쳐서 가는 일정이기 때문에 반대로 구성이 되었다.

4월 19일 00시 50분 인천 출발 (스키폴 경유)

4월 19일 09시 프라하 도착, 관광 (1박) - Spot : 구 시가지 중심

4월 20일 프라하 관광 (2박) - Spot : 프라하 성 및 인근

4월 21일 오전 체스키크롬로프 이동 (3박), 스튜던트에이전시 이용 - Spot : 체스키크롬로프 성

4월 22일 오전 비엔나(Wien)으로 이동, 관광, 빈 셔틀 이용 - Spot : 쉔부른, 슈테판 성당, 벨데베레 궁전

4월 22일 비엔나에서 숙박하지 않고 야간 열차(OBB)를 이용해서 취리히로 이동 (4박)

4월 23일 오전 취리히에서 열차(SBB)로 베켄리드 이동, 체크인 후 루체른 시내 관광

4월 24일 부터 28일 까지 스위스 체류하면서 호텔 인근 관광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여행은 실제로 가는 것 보다 계획을 세우는 과정이 훨씬 흥미롭고 재미있다. 주어진 시간에 맞춰서 가야 할 장소를 정하고 이동할 방법을 연구하고, 숙소와 교통 편을 예약하고, 또 예기치 못한 상황에 따라 대안을 만들고 하는 과정은 여행이 가진 또 다른 매력이라고 하겠다.

이렇게 구성을 해 놓고 나니 꽉 짜인 스케줄에 나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된다. 급하게 계획을 세웠음에도 이 정도 계획이 나오는 것을 보니 스스로가 대견하다.

하지만 위의 일정은  실제로는 이렇게 진행되었다.

4월 19일 00시 50분 인천 출발 (스키폴 경유)

4월 19일 09시 프라하 도착, 관광 (1박) - 구 시가지

4월 20일 프라하 관광 (2박, 3박) - 구 시가지, 프라하성

4월 21일 오전 체스키크롬로프 이동 (3박), 스튜던트에이전시 이용

4월 22일 오전 비엔나(Wien)으로 이동, 관광, 빈 셔틀 이용  프라하-빈 열차 이동(3.5시간) - Spot : 쉔부른, 슈테판 성당, 벨데베레 궁전

4월 22일 비엔나에서 숙박(4박)  하지 않고 야간 열차(OBB)를 이용해서 취리히로 이동

4월 23일 오전 비엔나 - 취리히 이동 (7시간) 취리히에서 열차(SBB)로 베켄리드 이동 후 루체른 관광

4월 23일 부터 28일 까지 스위스 체류하면서 인근 관광 (루체른 등)

 

그래서 누군가 말했다. 원래 계획대로 안 되는 게 여행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