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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따라잡기

이란 미국 전쟁 가능성, 솔레이마니의 죽음은 약속된 암살?

이란 혁명 영웅 솔레이마니의 죽음을 놓고 이란 미국 양국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우리 나라는 이른바 "1.8 대학살"로 불리는 검찰 인사 파동으로 시끄럽지만, 전 세계는 이란, 미국 간 갈등이 이슬람 대 서방 국가의 대립으로 이어져 3차 세계대전이 터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갈등 국면 속에서 오히려 솔레이마니의 죽음을 두고 이란 지도부 일부가 미국과 거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음모론이 제기되었습니다.

군중들에 의해 옮겨지는 솔레이마니의 관, 출처: 국민일보

이 음모론을 근거로 여러 상황들을 종합해 본 결과, 상당히 흥미롭다고 판단하여 소개해 드립니다.

먼저 발단이 되는 발언은 이것입니다.

기자회견 중인 트럼프 미 대통령, 출처: 비비씨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전쟁을 시작하기 위해서 그를 죽인 것이 아니다. 전쟁을 멈추기 위해서 그를 죽인 것이다." 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이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 심지어 미국 내에서조차 많은 격렬한 비난이 잇달았습니다.

대부분의 비난은 "솔레이마니는 죽어 마땅하지만, 그의 죽음은 미국에 더 많은 인명 피해를 가져올 것이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주로 민주당 대선 후보들이 이런 논조로 트럼프를 공격하였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이란 최고 실력자 하메네이를 비롯해 이란 전 국민이 솔레이마니의 죽음을 슬퍼하며, 그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는 장면이 매일 같이 언론에 보도되었습니다.

눈물을 흘리며 비통해 하는 이란 지도자 하메네이, 출처: KBS
트위터를 통해 복수를 천명한 이란 1인자 하메네이
이란 모스크 첨탑에 걸린 피의 깃발, 출처:한국경제

그리고 이란은 이런 복수의 다짐을 실천이라도 하듯이 1월 8일 이라크 내 미국의 공군기지 두 곳에 지대지 탄도 미사일 십여 발을 발사하였습니다.

관련 포스팅 참조: https://eyol.tistory.com/153

 

이란, 이라크 주둔 미군에 미사일 공격

드디어 미국에 대한 이란의 반격이 시작되려나 봅니다. 조금 전에 속보로 이란이 이라크 주재 미군 기지에 미사일 수십여 발을 발사했다는 소식이 나왔습니다. (수정 추가: 이란 국영TV에 방송된 미사일 비행 장면..

eyol.tistory.com

여기서부터 이상한 점이 발견되기 시작합니다.

이란 언론은 미사일 공격을 통해 최소 80명의 미군이 사망하였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는 즉각적으로 "All is well."(모두 무사하다) 라는 트윗을 게재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트위터

이라크 정부 역시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 인한 사망자가 없음을 확인하여 트럼프의 주장을 뒷받침하였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런 정황을 놓고 이번 이란의 공격이 사전에 조율된 것이었다는 기사를 게재하였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군 관계자의 말을 빌어, "어느 곳을 공격할 지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미군 주둔지를 공격할 것이라는 정보를 화요일 오후에 이미 알고 있었다." 는 내용을 보도하며, 이란과 미국이 이번 사건을 놓고 사전에 암묵적인 교감을 주고 받았다는 정황을 공개했습니다.

워싱턴 포스트 기사 일부 캡쳐

비록 공식적인 발언은 아니었지만, 이란의 외무장관은 미사일 공격이 "유엔이 정한 합법적인 자위권의 범위 내에서 행해진 것으로, 추가적인 군사적 보복 계획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1월8일 기자 회견 중인 이란 외무 장관, 출처: 로이터, 워싱턴포스트

그리고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이 트럼프 역시 "미사일 공격에 대해 군사적으로 대응하지 않을 것"이며, "경제 제재 조치를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 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솔레이마니 죽음 직후 당장이라도 피의 전쟁을 시작할 것 같던 이란 국민들의 분노와 격렬한 반응들을 떠올리면 전혀 이해되지 않을 정도의 수준에서 사태가 마무리되어 가는 모습입니다.

물론 며칠 후 이라크 내 미국인 거주 지역인 그린 존에 대한 두 발의 로켓 공격이 있었지만, 이 공격은 이란이 아닌 다른 조직이 독자적으로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결국, 이란과 미국은 약속이라도 한 듯 전쟁 직전의 긴장 상태에서 한 발 씩 물러서는 모습인데, 여기에서 솔레이마니 제거에 있어 이란과 미국의 사전 합의설이 힘을 얻습니다.

이런 음모론이 나온 배경을 살펴 보기 위해 이란 내 정치 구도를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래의 포스팅은 이번에 솔레이마니 제거와 관련된 음모론의 배경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글입니다.

유달승 교수 기고문 http://diverseasia.snu.ac.kr/?p=1469

 

이란 정치체제와 권력투쟁: 이란 정치 지형의 향방은? | DiverseAsia

유달승(한국외국어대학교) 미국의 이란 핵 협정 탈퇴 이후 이란의 반발과 내부 상황 2018년 5월 8일(현지 시각)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5년의 이란 핵 협정이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을 수 없다면서 핵협정 탈퇴를 공식 발표했다. 이에 대해 이란은 강하게 반발하면서 8월 3일부터 5일까지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슬람혁명수비대의 군사훈련을 벌였다. 이란은 미국이 이란산 원유 수출을 전면 차단하면 전 세계 해상 원유수송량의 1/3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diverseasia.snu.ac.kr

이에 따르면 이란 핵협정 탈퇴 이후 이란의 정치 상황을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란은 정당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대신 최고 지도 이념인 이슬람법학자통치론에 대해 각각 다른 시선을 갖는 4개의 정치권력이 존재합니다.

첫번 째는 이란의 최고 권력자 하메네이를 정점으로 하는 정통 우파세력으로 이슬람 율법 중심의 사회 정치 질서를 옹호하고 국제관계에 있어서도 저항적(자주적) 시장경제 체제를 주장하며 보수 성직자, 전통 상인 계급, 하층민, 이슬람 혁명 수비대 등 군부 세력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하메네이 이란 최고 권력자

두번 째는 위의 정통 우파와 비슷한 사회 정치 질서 체계를 옹호하면서도 경제 체제와 국제 관계에서는 남미식 좌파 민족주의 성향을 띠는 신원리주의 세력으로 급진적 성직자와 헤즈볼라 등 군부세력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신원리주의 강경파 지도자 야즈디

세번 째와 네번 째는 이슬람법학자 통치론에 대한 비판적 지지를 보내긴 하나 헌법에 의해 해당 권력이 귀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현대 우파와 좌파 세력으로 경제체계에 있어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주장하는가 국가 중심의 경제 체계를 주장하는가에 따라 세력이 나뉘어 집니다.

하타미 전 대통령, 좌파 대표 인사

우파는 주로 기업인, 전문직 종사자, 온건 개혁 성직자의 지지를 받고 좌파는 여성, 개혁적 성향의 성직자, 그리고 전문직 종사자 사이에서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로하니 현 이란 대통령, 우파 지도자

현재 이란은 2017년 대선에서 승리한 로하니가 재선 대통령으로서 이란 정치를 이끌고 있습니다.

그의 집권 초반기(2013년~2015년) 이란 정치 경제는 큰 어려움 없이 순항하였습니다.

하지만 2016년 트럼프의 핵협정 파기 이후 이란 경제 상황은 미국의 경제 제재로 인해 급격히 악화되었습니다.

물가가 폭등하고, 생필품 등의 공급이 영향을 받았습니다.

미국의 경제 제재로 인한 타격은 특히 생활 수준이 낮은 하층민과 지방 도시들에 영향을 주었으며, 이 계층을 중심으로 현 정부에 대한 반대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최근의 반정부 시위는 진압 과정에서 1천명이 죽었다고 보도되었을만큼 대규모 과격 시위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란 반정부시위, 출처:연합뉴스, 에이피

그리고 정치 권력을 되찾기 위한 정통 우파와 신원리주의 세력은 현 내각에 대한 불신임과 비판 목소리를 이어가면서 이런 반정부 분위기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시점에서 이란 내 가장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던 카셈 솔레이마니가 정치로 뛰어든다는 소문은 현 이란 집권 파벌인 현대 우파 진영에는 치명타와도 같은 소식이었을 것입니다.

최근 사망한 카셈 솔레이마니 이슬람 혁명 수비대 사령관

실제 이란 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인물을 묻는 질문에서 솔레이마니는 로하니 현 대통령을 20% 가까이 앞질러 1위를 차지하였습니다.

비록 지난 반정부 시위를 진압한 전력으로 인해 인기를 잃고 있는 추세긴 했으나 그는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에 있어 가장 강력한 정치적 카드였음에 틀림없습니다.

만일 이러한 상황에서 솔레이마니의 제거를 미국이 먼저 제안하였다면 현 이란 정권은 어떻게 반응하였을까요?

솔레이마니는 최근 IS 축출 이후 이라크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해 가며 여러 면에서 반미 활동을 확대해 가던 정황이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미국 입장에서는 반드시 제거해야 할 대상임에 틀림없었습니다.

그리고 솔레이마니 제거 전후 벌어지고 있는 이란, 미국의 미묘한 대립 양상은 이런 음모론에 힘을 더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미국과 이란의 향후 관계는 전쟁이 아니고, 핵 협정 재가동 등 협력 관계로 나아갈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솔레이마니 제거를 둘러 싼 이란과 미국의 거래 설에 대한 설명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