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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따라잡기

한일 지소미아2 - 신냉전시대와 한반도의 전략적 가치

출처: MBC

한일 지소미아 조건부 연장 발표 후 실시한 국민여론 조사를 보면 대다수의 국민들은 이번 정부의 결정이 잘한 결정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지소미아 파기 결정을 유지하라는 여론이 더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렇게 갑자기 바뀌는 게 잘 이해는 되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저 역시 안보에 관심이 많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 이번 결정에 대해서는 문재인 정부에 지지를 보내는 쪽입니다.

이렇게 한일 지소미아 폐기가 11월 22일 극적으로 연장되었다고는 하지만 이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계속 되고 있습니다. 다툼의 요지는 대충 이런 것인듯 합니다. "이건 우리가 이긴 거다."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아 보이는 명분 싸움이지만, 상대의 주장을 인정하는 경우 정권의 자존심에 스크래치를 낼 수 있기 때문에 한일 양국으로서는 어떤 식으로든 이번 결정을 자국의 외교 성과로 포장하려는 것 같습니다.

필자는 누가 잘했고, 잘못 했고를 떠나 한일 지소미아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고, 미국에게 왜 이것이 중요한 지를 다시 한번 짚어보고자 합니다. 지난 번에는 지소미아와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묶어서 트럼프가 바라보는 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하였다면, 이번에는 훨씬 중요하고 심각한 안보의 관점에서 바라보겠습니다.

| 신냉전시대의 도래  

2019년 8월 조국 사태 이후 우리 나라 국민 전체가 진보와 보수 양 쪽으로 나뉘어져 극심한 분열 양상을 보이는 동안, 한반도는 이미 미-중(+러) 갈등의 한 가운데로 들어와 있습니다.

신냉전시대란, 과거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주의 국가들과 소련을 중심으로 한 사회주의 국가들이 세계 곳곳에서 첨예하게 대립하던 냉전시대와 비교했을 때와 거의 비슷한, 또는 훨씬 더 심각한 양상의 첨예한 경제적 군사적 대립의 시대가 다시 도래하였음을 의미합니다. 과거와 비교할 때, 과거의 냉전시대가 미국과 러시아라는 초 강대국을 중심으로 영국, 프랑스, 중국, 동유럽 등의 동맹 세력이 강력한 이데올로기적 연대를 기반으로 서로 협력하며 상대 진영과 대립하던 시대였다면, 신냉전시대는 G2(러시아를 포함해 G3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라는 거대한 경제적, 군사적 강국들이 막강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바탕으로 다른 국가들을 힘으로 찍어 누르며 벌이는 패권주의적 헤게모니 다툼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재의 형국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가장 강력한 미국이라는 국가에 맞서 중국식 자본주의를 통해 경제력을 축적한 중국이 러시아의 군사력 지원에 편승하여 중화민족 패권주의를 확대하려고 투쟁하는 모습입니다.

이러한 미 중의 갈등은 경제 분야에서 촉발되어 기술, 그리고 안보 쪽으로 더 깊어져 가는 모습니다.

먼저, 경제와 관련하여 트럼프 당선 초기부터 조짐이 시작되었습니다. 트럼프가 중국에 대한 지적재산권 문제, 기술 강제 이전 요구 등과 관련하여 불공정 관행을 조사하도록 하는 명령에 서명한 것이 신호탄이었습니다.

이후 미국과 중국의 경제적 헤게모니 다툼은 분쟁과 화해를 반복하면서 관세전쟁을 거쳐, 화웨이 사건과 같은 기술적 안보 문제, 환율 조작국 지정과 같은 환율 문제로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미중무역전쟁의 간략한 전체적 개요는 네이버 지식백과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5783067&cid=43667&categoryId=43667 참조)

군사적 분쟁은 러시아와 연관이 되어 있기 때문에 보다 심각하고 복잡한 양상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와 연관하여 핵심이 되는 사안이 미국-러시아 간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폐기와 북한 핵개발 문제입니다. INF는 중거리핵전력조약이라고 하지만, 중단거리 미사일에 관한 조약이라고 하는 것이 맞습니다. 핵을 장착할 수 있는 지상발사형 중단거리 미사일과 발사에 필요한 각종 장비, 장치들을 폐기하기로 한 협정이기 때문입니다. 얼핏 생각하면 미국과 러시아는 중단거리 미사일로 타격할 수 없는 거리에 위치해 있는데 왜 이것이 중요할까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는데, 과거 쿠바 미사일 기지 설치와 관련하여 발생했던 미국과 소련 간의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을 떠 올리면 중단거리 미사일의 위험성을 잘 알 수 있습니다. 발사 후 체공 시간이 상대적으로 긴 대륙간 탄도 미사일에 비해, 중단거리 미사일은 발사 후 타격까지의 시간이 짧기 때문에 당하는 입장에서 방어하기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레이더가 이를 포착하고 대응하기 전에 이미 미사일이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강대국들은 다른 나라가 자국의 인근에 중단거리 핵탄두 장착 미사일을 배치하는 것을 대륙간 탄도 미사일보다 훨씬 더 위협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미국은 지난 8월 INF 파기를 공식적으로 선언했습니다. 동시에 INF 파기 선언의 직접적 배경이 되었던 러시아의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중국의 둥펑 탄도 미사일에 맞설 수 있는 신 무기 개발과 아시아 배치를 공언했습니다. 이른바 LRHW(장거리초음속무기)를 러시아와 중국, 더 정확히는 중국의 턱 밑에 갖다 놓겠다는 것입니다.

참고로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은 러시아가 개발한 미사일로 INF에 걸리지 않기 위해 400Km 정도의 사거리를 가진 것으로 발표되었으나, 실제로는 700~800Km의 사정거리를 가진 단거리 미사일로 현재의 모든 미사일 방어 체계를 무력화 할 수 있는 독특한 비행궤도를 가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현무 2 탄도 미사일이나 지난 7월 시험 사실이 공개된 북한의 KN-23 탄도 미사일의 원형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중국이 실전배치한 것으로 알려진 둥펑 26 중거리 탄도 미사일은 마하 18의 어마어마한 속력으로 괌까지 타격할 수 있는 성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미사일에 관한 한 한수 낮게 봤던 미국의 경각심을 일깨우기에 충분하였습니다.

둥펑 26 중거리 탄도 미사일

이런 위협적인 전력들에 맞서 미국이 아시아 배치를 공언한 LRHW란 무엇일까요? 이 역시 장거리초음속무기라 표현되었지만 중단거리 탄도 미사일의 개념으로 분류될 듯 합니다. 지근거리에서 음속 5.0 이상의 속력으로 목표물을 타격하는 것으로 군산에서 발사될 경우 베이징을 9분 내에 타격할 것으로 추정합니다. 오키나와라면 12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9분이면 거의 대응이 불가능한 시간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 합니다.

Source: Defense Update (US)

이런 이유로 지난 7월 한중일 외무장관 회의에서 중국은 한국과 일본에 해당 미사일을 절대 배치하지 말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였다고 하는데, 이 사실은 며칠 전인 11월 18일 아사히 신문의 보도로 알려졌습니다.

이외에도 얼마 전 시리아에서 있었던 미-러시아 간 분쟁이나, 최근 부쩍 늘어난 미-일 합동 군사훈련을 보면 세계 곳곳에서 미-중, 미-러의 대결 구도가 강해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많은 외교 관계 전문가들이 이미 세계는 신냉전시대로 접어들었다고 판단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 입니다.

 

| 한반도의 군사 전략적 의미와 우리의 선택  

이러한 갈등의 틈바구니에서 우리나라는 이미 수 차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을 맞이한 경험이 있습니다. 미국의 사드(THAAD) 배치 이후 겪었던 강력한 중국의 무역 보복이나 이번 한일 지소미아 폐기 사태의 막바지에 있었던 미국 정부의 무차별적인 압박 공세가 그것입니다.

혹시 이번 지소미아 폐기와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둘러 싸고 미국이 우리나라를 압박하는 과정을 보면 미국의 태도가 굉장히 이중적이라는 것을 잘 알 수 있었을 것입니다. 즉, 방위비 분담금을 두고는 우리나라 방위비는 우리가 부담하라는 식으로 거침없이 나오는 한편 지소미아 폐기와 관련해서는 자신들과 관계없는 한일 간의 문제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정작 폐기가 임박하자 사상 유례없는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 내며 연장을 종용하였지요. (아마도 문재인 대통령은 그런 미국의 압박에 굴복한 것이리라 판단됩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미 하원은 트럼프가 마음대로 주한미군을 줄이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하였습니다. 아마도 하원은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으니 문제 없이 통과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이런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는 걸까요?

그것은 안보와 경제의 두 가지 방향에서 엇박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과거 미국은 맹방에 대해서는 매우 우호적인 자세를 보여 왔고 그 와중에 자신이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이것을 관대히 받아들이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 덕분에 한국이 지금의 눈부신 경제 성장을 달성할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과거 우리나라의 성장이 우리나라 국민들의 노력 만으로 이루어 낸 성과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노력 만으로 국가의 발전이 가능하다면 2차세계대전 이후 식민지 국가였던 그 많은 국가들 중 어째서 한국 만이 이런 수준까지 성장을 이루어냈을까요? 그 많은 국가들 어느 한 곳도 우리나라 같은 노력을 안했을까요? 그건 아닐 것입니다. 우리 국민들의 노력 위에 미국 등 우방 국가들이 자신의 이익을 일정 부분 포기하더라도 한국을 성장시키려 했던, 그래서 진영의 힘을 강하게 만들려고 했던 의도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박정희 정권은 이런 국제 정세를 십분 활용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미국이 왜 한국에 그런 호의를 베풀었던 것일까요? 과거 6.25에서 함께 싸웠던 맹방이라서? 아니면 같은 자유주의를 신봉하는 이데올로기적 동지기 때문에? 저는 일부는 맞지만 더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러시아와 중국의 턱 밑에 한국이라는 비수를 숨겨둠으로써 미국의 가장 큰 적을 견제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비수가 강하고 날카로울수록 적들에게는 큰 위협이 되겠지요. 이렇듯 미국에게 우리나라는 맹방의로서의 의미도 있지만 동북아시아에서 미국 대신 중-러 두 강대국을 견제하는 군사적 경제적 저지선인 것입니다. 한일 지소미아는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구요.

지소미아를 이해하기 위해 중국이나 러시아에서 미국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한 상황을 가정해 봅시다. 한국의 이지스 구축함에서 발사 사실을 확인하고 추적을 시작합니다. 곧 이어 일본의 이지스 구축함이나 레이더 시스템에서 추적을 시작하겠지요. 동시에 미국 역시 위성이나 해상, 육상 레이더를 통해 추적을 진행할 것입니다. 그런데 지소미아가 없다고 가정을 하면 미국은 한국과 일본의 정보를 각각 따로 받아서 이를 종합한 후 결론을 도출해야 합니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의 정보자산 간 링크가 이루어져 미국으로는 1차 연산이 끝난 데이터가 넘어가는 경우라면 어떨까요? 한국의 정보를 바탕으로 일본의 정보자산이 1차 연산을 진행하고 이것이 미국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거의 실시간 단위로 미사일의 궤도에 관한 연산이나 추정이 가능할 것입니다. 한일 지소미아가 미국을 위한 것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이러한 것들 때문입니다.

최근 미국의 태도가 엇박자를 보이는 이유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겠습니다. 트럼프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미국의 지도층들은 이런 한국과 미국 간의 공생 관계를 잘 이해하고, 한국이라는 나라의 전략적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는 한국에 일정 부분 져 주면서(최초 한미 FTA 타결 안), 군사적으로는 매우 엄격하게 한국을 대해 왔습니다(미사일 사거리 제한 등). 하지만 트럼프의 탐욕이 미국의 정책 방향을 마음대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미국이 스스로를 희생하며 우방을 지켜주고 있다. 우리는 그 댓가를 받아야 한다." 라는 식으로 말입니다. 정확하게 사실 관계를 따지자면 서로가 서로를 지키는 공생 관계, 맹방의 관계인데도 말이죠. 지금 시점에서 아무런 의미도 없는 트럼프 탄핵을 민주당에서 진행하고 있는 것도 장기적인 국익 관점에서 트럼프의 태도는 전혀 미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입장에서도 한국은 매우 전략적인 국가입니다. 위에서 LRHW를 설명하면서 언급했듯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는 군사적으로 중국을 타격하기 매우 좋은 위치이기 때문에 한국을 영향력 아래 둔다는 것은 이런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한국이 북한처럼 중국의 맹방이 되는 경우에는 미-일에 대한 1차 방어선이 형성되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중국은 막대한 자금과 혜택을 한국의 정치, 경제, 학계에 뿌려 대며 친중파를 늘여 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압도적으로 높은 한국의 대중무역의존도(2018년 기준 전체 수출의 30%가 대중 수출임)를 무기로 강온 전략을 병행하여 구사하며 탈미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현재 한국의 입장은 미국과 중국 두 마리 고래 싸움에 낀 새우가 된 셈입니다. 군사적으로는 한-미-일 동맹에 속해 있으면서 경제적으로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큰 것이죠. 그렇다면 이 사이에서 한국은 어떤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할까요?

어떤 분은 교량 국가론을 이야기 합니다만, 중립국이 아닌 이상, 양쪽의 균형을 맞추는 교량국가 역할을 자처하다가는 양 강대국으로부터 지속적으로 공격받다가 최악의 상황으로 몰릴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결국에는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것이라는 말입니다.

저는 한 국가의 방향성을 정할 때는 이데올로기보다 현실을 기반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누군가를 선택해야 하는 판단이라면 그 사람의 현재 행동을 보면 된다고 믿습니다. 트럼프의 재선은 불가능하다고 봤을 때, 과거 민주당 정권에서의 한미관계, 그리고 중국이 지금 주변 국가들과 자치구에서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지를 보면 선택의 기준은 상당히 분명해 질 것이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