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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따라잡기

김정은 고모 김경희 6년 만의 등장

새해 초부터 김정은 사망설 또는 유고설(죽지는 않았으나 실권을 잃고 유폐당한 상태라는 설)이 끊이지 않고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그 동안 공식석상에서 모습을 감췄던 전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일의 동복 동생 김경희의 모습이 6년 만에 최초로 언론에 보도되며, 이러한 깜짝 등장의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북한의 조선중앙TV는 1월 26일 설명절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삼지연 극장을 찾은 김정은의 모습을 방송하면서, 김정은의 고모 김경희가 이 자리에 함께 동행하였다고 밝혔습니다.

김정은을 중심으로 왼쪽 최룡해, 오른쪽으로 이설주, 김경희, 김여정

2013년 남편 장성택이 처형된 이후 처음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인데, 그 동안 김경희의 신변과 관련하여 많은 소문들이 떠돌았습니다.

1. 장성택이 처형된 이후 김정은에 의해 독살되었다는 설(2015년 CNN 방송)

2. 장성택 사후 본인이 음독 자살하였다는 설 (NK지식연대)

3. 희귀병에 걸려 투병 중에 자연사하였다는 설 (강명도)

4. 현재까지 생존 중이긴 하나 모든 정치적 영향력을 잃고 감금되다시피 지내고 있다는 설 (2017년 국정원 보고 자료)

5. 건강 악화의 문제가 있긴 하나 여전히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다만 김정은 지배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 공식적인 활동 없이 막후에서 김정은을 지원해 왔었다는 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

2014년 한 때 김경희의 모습이 북한 기록영화에서 삭제된 정황이 보도되며(북한은 숙청된 인사에 대해서는 과거 기록과 보도물에서 해당 인물 관련 부분을 삭제해 오고 있음) 1번과 2번 주장이 힘을 얻기도 하였으나, 곧 바로 김경희의 모습이 기록영화에 다시 나타나며 현재까지는 3번과 4번의 주장 쪽으로 더 힘이 실리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위 가설들의 근원지는 대부분 탈북인사들의 증언이나 정보기관의 첩보에 의한 것으로 극도의 폐쇄성을 가진 북한 지도부의 특성을 고려할 때 어느 것이 사실인지 확인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것이나, 이번 조선중앙TV의 방송으로 인해 사망설은 일단 사실 무근으로 판단이 됩니다.

 

| 김경희의 깜짝 등장의 배경

김경희의 깜작 등장과 관련하여 태영호 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김경희가 공식 석상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이유가 '김정은에 의한 독살설' 등을 종식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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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씨는 김경희의 신변과 관련하여 김정은 배후 지원설을 제기하며 사실 2013년 장성택 처형 배후에도 김정은과 김경희 씨의 협력이 있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백두혈통에 의한 북한 지배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 당시 백두혈통의 최고 권력이었던 김경희가 새로운 지도자 김정은을 위해 걸림돌이 될 수도 있는 자신의 남편 장성택을 숙청하기로 결심하였다는 것입니다.

이 주장이 충격적이면서도 일견 일리가 있다고 판단되는 것은 김정일 사후 장성택과 김경희의 사이는 틀어질 대로 틀어져서 거의 남남이나 다름없었다는 것이 정설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태영호 씨는 그 증거로 장성택 계파는 장성택 처형 이후로 거의 전멸하다시피 숙청되었지만, 김경희 계파는 계속 권력의 중심부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들었습니다.(대표적으로 최룡해. 특히, 최룡해는 이번 김경희가 등장한 보도에서 김정은 다음으로 호명되어 실질적인 2인자임을 확인. 심지어 김경희는 최룡해 다음으로 호명됨.)

이런 면에서 본다면 김경희가 다시 공식석상에 나타난 것은 "건강 악화로 인해 언제 자신이 죽을 지 모를 상황이라 여전히 논란으로 남아 있는 김정은의 김경희 독살설 등을 불식시킬 필요 때문이었다"고 태영호 씨는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결정의 배경에는 김경희 사후에도 김정은의 지배 체제가 공고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작용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여전히 남아 있는 김경희 사망 의혹

이러한 태영호 씨의 주장에 대해 여전히 일각에서는 김경희 사망설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김경희 사망설을 주장하고 있는 일부 탈북자 그룹에서 제기되고 있는 이른바 김경희 대역설입니다.

필자도 김경희 대역설을 검증하기 위해 조선중앙TV 보도 영상을 봤으나 영상이 조작되었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대역일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합니다.

아래 두개의 사진을 비교해 보면 대역설도 일견 일리가 있는 것 처럼 보입니다.

왼쪽은 2015년 5월 12일 CNN의 김경희 독살설 방송 당시 사용된 사진이고, 오른쪽은 이번 조선중앙TV 방송을 보도한 기사에서 캡처한 부분입니다.

김경희는 2014년 이후 공식적으로 나타난 적이 없으니, 위의 사진은 2013년 이전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즉, 7년 전 사진과 7년 후 사진이라는 말입니다.

조명 등으로 인해 정확히 판단할 수는 없으나 과거 김경희의 마지막 모습은 투병으로 인해 왼쪽 사진보다도 더 살이 많이 빠진 상태였고, 거동이 힘들어 주변의 도움이 필요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위의 사진을 보면 오히려 현재의 사진이 더욱 건강해 보이는 모습이고, 실제로 조선중앙TV 방송을 봤을 때도 김경희는 누구의 도움도 없이 건강하게 이동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이런 정황에서 볼 때, 과거 사진을 토대로 대역을 만들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도 어렵다는 말입니다.

아직 김경희 대역설을 주장하는 그룹의 입장을 들어 보지는 않았으나, 만일 실제 대역을 썼다면 북한 주민 또는 지배계층의 동요를 막기 위한 목적일 가능성이 크고, 동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권력 구조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 결론

여러 가지 내용들을 종합해 보면 태영호 씨의 의견이 가장 타당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하지만 위의 두 가설을 합쳐 한가지 가능성을 더 추가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만일 '김경희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낼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건강 악화 때문이 아니라면?' 이라는 가정입니다.

김정은 지배 체제에 무엇인가 이상이 생겨 막후에 있던 실질적인 백두혈통의 직계인 김경희가 전면에 나설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라면 위의 두 가설 모두 똑같은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이런 북한 지배 체제의 변동 가능성은 향후 남북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단순히 김경희의 전격적인 재 등장을 해프닝으로 볼 수 없는 이유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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