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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도서

여수의 사랑 - 한강 한강 작가 처럼 너무 무거운 소설은 읽지 않는다는 주의지만, 맨부커상 수상 이후 훌쩍 높아 진 그녀의 위상에 계속 외면할 수 없어 그녀의 예전 단편집을 골라서 읽게 되었다. 여수의 사랑에는 당연히 - 왜 당연히 라는 표현이 들어가야 되는 지 모르겠지만 - 사랑이 없다. 사랑은 고사 하고 상처를 원죄처럼 끌어 안고 사는 사람들의 처절한 몸부림 만이 가득하다. 심지어 여수의 사랑에 등장하는 인물 중 하나의 이름은 자흔이다. 국어사전에 자흔을 찾으면 다음과 같이 나온다. "흠이 진 자리. 흠이 된 자리." 허물 자(疵)에 흔적 흔(痕)을 쓴다. 하지만 이름에 대해 질문하면 자흔은 "기쁠 흔" 자를 쓴다고 하나도 기쁘지 않은 표정으로 대답하곤 했다.(P.13) 역설적인 명명을 통해 그녀의 상처를 드러내는 것이다.. 더보기
사라진 공간들, 되살아나는 꿈들 - 윤대녕 휴게소, 공항, 역, 터미널 - 우연과 필연이 마주치는 지점 중에서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소설을 쓰기 위해 차에 짐을 가득 싣고 남쪽 지방으로 내려가다가, '천안삼거리 휴게소'에서 밥(병천 순대 국밥이었다)을 먹고 있는데, 건너편 테이블에 앉아 있는 남녀가 마치 필연적인 장면처럼 눈에 들어왔다. 남자는 등을 보인 상태여서 얼굴을 볼 수 없었지만, 여자는 나와 마주 보이는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 여자는 한때 나와 사귀었던 의상 디자이너였고 가끔 여행도 함께 다녔으며 내게 청혼을 한 바도 있었다. 단, 한 가지 조건이 있었다. 그것은 내가 직장을 갖는 것이었다. 물론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후 그녀는 대기업에 근무하는 자와 결혼을 했고 내게는 청첩장 조차 보내 오지 않았다. 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