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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끼와 소설

그녀에게 얘기해 주고 싶은 것들 - 윤대녕 삶의 한가운데, 감동이 유독 잦은 때가 있었습니다. 때없이 목이 메던 순간들 말입니다. 그 모든 소리들, 그 모든 풍경들, 그 모든 사람들이 저를 목메게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스무 살 전후해서 그 후 몇 년간. 누구나 가슴 벅차고 그만큼 괴로웠을 생의 한가운데. 그런 때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뜸하게 찾아옵니다. 생의 모든 순간은 단 한 번 왔다 가는 것. 헤어진 지 몇 년 만에 누군가를 만나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음악을 들으며 똑같은 차를 마셔본들 느낌은 전과 같을 수가 없습니다. 어쩌면 전혀 다른 존재와 서로 만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하지만 나는 기다립니다. 그렇게도 마음 졸이며 괴로워하고 긴 기다림 뒤에 가슴이 절대 환희에 타오르던 순간들을 말입니다. 그것이 미혹이었고 다만 젊음이었다고 해도.. 더보기
잉카의 바닥없는 우물 (비밀의 숲) - 무라카미 하루키 그 옛날 쇼난에 '티라미스'라는 얼토당토않은 이름의 러브 호텔이 있었다. 그리고 역시 쇼난의 히라쓰카에서 오오이소쪽 해안에는 '투 웨이'란 호텔이 있다. 나는 이전부터 이 호텔 이름이 마음에 걸려, 그 앞을 지날 때마다 고개를 갸웃거리곤 했다. 나는 투 웨이라고 하면 스피커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고등학교 시절 갖고 싶었는데 돈이 모자라서 사지 못했다. 그리운 굿맨 301의 모습이 문득 눈앞에 떠오르고 눈꼬리가 시큰해진다……고 할 정도의 일도 아니지만, 아무튼 영어사전에서 이 투 웨이를 찾아보면 '두 방향 어느쪽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든가, '상호작용하는'이라든가, '뒤집어서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 좍 나온다. 으음, 알 것 같군. 러브 호텔이니 상호작용도 하고 뒤집어서 사용할 수도 있단 말이지 하며 납..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