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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녕

사라진 공간들, 되살아나는 꿈들 - 윤대녕 휴게소, 공항, 역, 터미널 - 우연과 필연이 마주치는 지점 중에서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소설을 쓰기 위해 차에 짐을 가득 싣고 남쪽 지방으로 내려가다가, '천안삼거리 휴게소'에서 밥(병천 순대 국밥이었다)을 먹고 있는데, 건너편 테이블에 앉아 있는 남녀가 마치 필연적인 장면처럼 눈에 들어왔다. 남자는 등을 보인 상태여서 얼굴을 볼 수 없었지만, 여자는 나와 마주 보이는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 여자는 한때 나와 사귀었던 의상 디자이너였고 가끔 여행도 함께 다녔으며 내게 청혼을 한 바도 있었다. 단, 한 가지 조건이 있었다. 그것은 내가 직장을 갖는 것이었다. 물론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후 그녀는 대기업에 근무하는 자와 결혼을 했고 내게는 청첩장 조차 보내 오지 않았다. 나.. 더보기
그녀에게 얘기해 주고 싶은 것들 - 윤대녕 삶의 한가운데, 감동이 유독 잦은 때가 있었습니다. 때없이 목이 메던 순간들 말입니다. 그 모든 소리들, 그 모든 풍경들, 그 모든 사람들이 저를 목메게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스무 살 전후해서 그 후 몇 년간. 누구나 가슴 벅차고 그만큼 괴로웠을 생의 한가운데. 그런 때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뜸하게 찾아옵니다. 생의 모든 순간은 단 한 번 왔다 가는 것. 헤어진 지 몇 년 만에 누군가를 만나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음악을 들으며 똑같은 차를 마셔본들 느낌은 전과 같을 수가 없습니다. 어쩌면 전혀 다른 존재와 서로 만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하지만 나는 기다립니다. 그렇게도 마음 졸이며 괴로워하고 긴 기다림 뒤에 가슴이 절대 환희에 타오르던 순간들을 말입니다. 그것이 미혹이었고 다만 젊음이었다고 해도.. 더보기